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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의약품 블록형 거점도매’ 구축을 추진하면서 유통 체계 혁신에 나섰다. 최근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이에 반대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한 민원이 종결 처리되며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의약품 블록형 거점도매’ 추진 탄력

공정위는 의약품유통협회가 지난 5월 제기한 ‘거점도매 관련 부당 거래거절·차별적 취급’ 민원을 최근 종결 처리했다. “정식 심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블록형 거점도매 체계는 ‘일정 기준을 통과한 유통업체에만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의약품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이 체계 구축을 추진해왔다.

의약품은 도매상을 거쳐 일선 약국으로 공급된다. 지금은 이런 약이 어떤 경로를 거쳐 약국에 도달하는지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도매상은 유통 과정의 불투명성을 통해 부적절한 이익을 얻었다”며 “품귀 의약품을 어디에 공급할지 결정하는 데 자사 이해관계를 고려했고, 일부 리베이트 문제도 발생했다”고 했다. 의약품은 변질 방지를 위해 저온 유통 체계(콜드체인)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유통 구조가 불투명하면 이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웅제약이 추진하는 블록형 거점도매 체계 구축은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우수 의약품 유통관리 기준(KGSP)’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도매사에만 물량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권역별 재고와 배송 위치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보고 관리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제조사가 약을 잘 만들어도 유통 과정에서 품질이 훼손되면 환자에게 도달하는 의약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블록형 거점도매는 콜드체인, 재고관리, 배송추적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했다.

◇ “유통 선진화 필요” 목소리 커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낸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이런 유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포함됐다. 영세 도매업체 난립, 복잡한 도도매(도매상 간 재판매) 체계 등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물류센터 조성, 유통 구조 단순화·대형화·계열화, 권역별 거점 시범사업 실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는 2000년 518개에서 2023년 3516개로 20여년 만에 6배 넘게 늘었다. 주요 선진국은 한국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3대 도매 업체가 시장의 90%를 과점하는 구조다. 일본에선 1970년대 1200여개였던 도매상이 2023년 69개로 줄었다.

의약품유통협회는 “의약품 공급 구조가 특정 도매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면 중소 도매업체의 생존권과 건전한 의약품 유통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새 체계 아래에서도 기존 도매업체가 거점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며 “매년 정기 평가와 경쟁 입찰을 하기 때문에 역량 있는 유통사라면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