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발사체 기술이 더 시급하다
지난 19일 밤부터 20일 아침까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드론 400대를 날렸다. 장거리 공격용 FP-1 드론이다. 최대 비행거리가 1600㎞에 달하는 드론은 120㎏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드론은 모스크바주의 핵심 시설을 타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격 직후 소셜미디어에 현장 영상을 공유하며 “드론을 통해 러시아 물류 시설과 석유 저장소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가능하게 한 건 통신 인프라다. 멀리 떨어진 드론을 조종하고 임무를 수행하게 하려면 정밀하고 빠른 통신망이 필요하다.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바닥에 깔린 지상 케이블에만 의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이용한 이유다.

원거리 드론 공격의 비결

이런 통신은 저궤도 위성(LEO)이 담당한다. 지구에서 1000㎞ 내 상공을 100여 분에 한 바퀴씩 돈다. 지구와 가까워 영상통화는 물론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이 저궤도 위성은 스페이스X가 장악했다. 스페이스X를 누구나 돈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독점이 그러하듯 불안을 남긴다. 스페이스X와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스페이스X를 차단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때마다 우크라이나는 순한 양이 된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유럽연합(EU)도 불안해진다. 가뜩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역할 분담 문제로 미국과 껄끄러운 상황이다. EU는 2024년 106억유로를 투자해 LEO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에도 2035년까지 128~512기의 LEO를 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3개의 안으로 128기를 쏘면 4조원, 512기를 쏘면 14조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금광 시대엔 청바지 팔아야

그렇다면 정부 계획안 중 가장 공격적인 512기의 LEO가 한국에 생긴다면 스페이스X로부터 해방이 될 수 있을까. 스페이스X는 지금까지 이런 LEO를 1만1000기 이상 쏘아 올렸다. 위성 개수로는 상대가 안 된다. 2035년이 되면 더 차이 날 수도 있다. 이런 덩치로는 시장을 장악하기도, 방어하기도 벅찰 것이다.

스페이스X는 위성을 쏘기 위해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탄생시켰다. 이 기술로 위성을 한 번 쏘는 데 드는 비용을 다른 회사보다 최대 100분의 1로 낮췄다. 이게 팰컨이다. 팰컨 기술을 보유한 스페이스X에 원대한 계획을 내놓은 EU와 한국 등은 위성을 쏴달라며 달려갈 것이다. 지난해 스페이스X의 발사 부문이 포함된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스타십 연구개발비(30억달러)를 제외하면 23억달러로 계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 등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2032년까지 2조3000억원을 투입해 ‘재사용이 가능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고, 시기도 너무 늦다. LEO도 좋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발사체 개발에 더 힘을 쏟는 게 어떨까. 제한된 예산과 국력의 한국은 선택해야 한다. 금광이 발견되면 청바지와 곡괭이를 파는 게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