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 서울원 아이파크 현장. 사진=이송렬 기자.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 서울원 아이파크 현장. 사진=이송렬 기자.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월계동은 시멘트 공장과 물류창고가 많았던 동네였죠."

서울 강북 일대에서 40년 넘게 택시 운전을 했다는 70대 장씨는 "광운대역 일대가 과거와 달리 정말 많이 바뀌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광운대 역세권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기대에 더해 광운대역 물류부지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변신 중인 '광운대 역세권'

광운대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서울 동북권 철도 물류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역 북쪽에는 대한통운 철도 물류부지가 들어섰고, 1980년대 초 설치된 시멘트 저장시설(사일로)과 물류창고가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화물열차가 수시로 드나들며 건설자재와 각종 화물을 실어 날랐다. 서울 도심에 있는 역이지만 사람보다 화물이 먼저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있었던 시멘트 저장시설 사일로 사진=노원구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있었던 시멘트 저장시설 사일로 사진=노원구
역세권 역시 일반적인 주거 중심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역 주변 상권도 다른 서울 주요 역세권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뎠다. 대규모 개발이 쉽지 않은 탓에 월계동 일대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주거시장을 이끌었다. 광운대역은 서울 안에 있으면서도 개발 잠재력은 크지만 현실화되지 않은 공간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풍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서울원'과 GTX-C 노선이 맞물리면서 물류기지는 복합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원은 옛 물류부지 약 15만㎡에 공동주택과 업무시설, 호텔,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서울 동북권 최대 규모의 복합개발사업이다. 과거 산업시설이 도시의 단절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철길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권이 형성되는 셈이다.

여기에 GTX가 더해진다. 광운대역은 현재 서울 지하철 1호선과 경춘선이 지나는 역이다. 앞으로 GTX-C가 개통하면 삼성역과 수원, 의정부 방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그동안 동북권 외곽으로 인식됐던 광운대역이 서울 핵심 교통축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GTX-C는 장기간 공사비 갈등으로 지연됐지만 올해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시장의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서울원 아이파크가 보여준 '광운대의 가치'

광운대의 변화는 집값이 가장 먼저 보여주고 있다. 대표 사례가 서울원 아이파크다.

서울원 아이파크 분양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전용 84㎡ 분양가가 12억~14억원대로 책정되면서 "노원에서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일부 타입은 미달했고 전체 물량의 약 30%가 무순위 청약으로 다시 공급되기도 했다.

불과 1년여 만에 분위기는 뒤집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아이파크'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 4일 18억6245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말 거래된 14억1780만원과 비교해 4억4500만원 올랐다. 같은 전용 84㎡의 다른 타입도 지난 5월 18억116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거래가 14억803만원보다 약 4억원 높은 가격이다.

중대형 면적도 가격이 올랐다. 전용 91㎡는 17억9553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거래가 13억5500만원보다 4억4053만원 뛰었다. 전용 105㎡는 19억46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거래가 15억4732만원보다 3억5728만원 상승했다. 전용 112㎡는 21억5339만원에 손바뀜해 18억2271만원보다 3억3068만원 올랐다. 전용 120㎡는 21억522만원으로 지난해 거래가 19억883만원과 비교해 1억9639만원 상승했다. 면적별로 보면 전용 84㎡와 91㎡의 상승 폭이 각각 4억원을 웃돌았고 전용 105㎡와 112㎡도 각각 3억원 넘게 올랐다.

가격뿐 아니라 거래도 활발했다. 서울원 아이파크 분양권 거래는 전매제한 해제 직후인 올해 1월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2월 20건, 3월 13건, 4월 12건을 기록하는 등 거래가 꾸준히 이어졌다. 초기 매도 물량이 시장에서 상당 부분 소화된 이후에는 거래량이 다소 줄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원아이파크만 광운대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아니다. 인근 월계동 일대에선 노후 아파트 재건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이른바 '미미삼'으로 불리는 미성·미륭·삼호3차 아파트 재건축이다. 1980년대 중반 준공된 이들 단지는 총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최근 공개된 정비계획안에는 최고 50층, 6103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원과 미미삼이 모두 완성되면 이 일대는 1만 가구 안팎의 신축 주거벨트로 탈바꿈한다.

시장에서는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자체가 서울 동북권 최대 복합개발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고 GTX가 더해지면서 미래가치가 동시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 신축 공급 부족과 맞물려 광운대가 노원권 새 주거 중심지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광운대의 변화가 GTX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GTX는 이동 시간을 줄이는 교통망이다. 하지만 광운대는 철도 물류기지가 복합도시로 재탄생하는 개발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교통과 도시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사례라는 점에서 다른 GTX 역세권과 차별화된다는 설명이다.
광운대역 일대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 사진=이송렬 기자.
광운대역 일대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 사진=이송렬 기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집값 상승의 방아쇠는 GTX-C 공사 정상화지만, 광운대의 체질을 바꾸는 핵심은 서울원 개발"이라며 "GTX-C는 창동과 청량리, 의정부 등 여러 지역이 함께 누리는 호재지만 서울원은 광운대역만의 독점적인 개발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GTX-C가 점화장치라면 서울원은 엔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광운대의 경쟁력도 단순한 교통망 확대보다 도시 변화의 규모에 있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청량리가 동북권 최대 교통 허브라면 광운대는 서울원 개발과 미미삼 재건축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주거지 자체가 새롭게 바뀌는 지역"이라며 "GTX 프리미엄에 복합개발과 재건축이 더해지는 만큼 일반적인 GTX 역세권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원과 미미삼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월계동은 서울 동북권의 새로운 주거 중심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가격을 좌우할 변수도 추가 호재보다 사업이 계획대로 얼마나 속도감 있게 현실화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기대와 신중론이 공존한다. GTX-C 노선 공사 재개로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실제 개통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금리와 대출 규제, 서울 공급 상황 등 외부 변수도 적지 않다. 다만 과거 물류기지로만 인식되던 광운대가 서울 동북권 핵심 생활권으로 재편되는 흐름만큼은 이미 시작됐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