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에 희망 건 '호프'…할리우드발 암초 넘을까
영화 ‘호프’(사진)가 할리우드발 흥행 암초를 만난다. 7말8초 휴가철에 맞춰 역대급 블록버스터로 손꼽히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가 개봉하면서다. ‘호프’의 손익분기점인 관람객 700만 명 완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메가박스의 셈법도 다소 복잡하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호프’는 전날까지 312만9800여명의 누적관객을 기록하며 지난 15일 개봉한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호프’는 ‘왕과 사는 남자’(1691만 명), ‘살목지’(324만 명) 등 흥행작이 이어진 올해 개봉 영화 중에서도 단연 최고 화제작으로 손꼽혀 왔다. 업계 추정 제작비만 600억 원 이상으로 역대 한국 영화 최고액을 들인 작품인 데다, 지난 5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개봉 이후에는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속도감과 스케일로 호평받았다. ‘서사와 개연성이 형편없다’는 일부 혹평도 바이럴 마케팅의 호재가 됐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배포한 225만 장 분량의 관람료 6000원 할인권 수혜도 입었다. 주요 멀티플렉스 4사의 할인권이 2주 만에 전량 소진됐는데, 대부분 ‘호프’에 쏠렸다.

이러한 흥행 질주 속에서도 손익분기점(BEP) 완주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당초 BEP 목표치는 1000만 명 이상이었으나, 칸 마켓에서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하며 순제작비 절반가량을 회수해 약 700만 명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하향 조정된 BEP 역시 최근 시장 여건과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면 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7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국내 영화는 단 4편뿐이다. ‘파묘’를 제외하면 ‘범죄도시4’, ‘베테랑2’, ‘왕사남’ 모두 대중성이 강한 전형적인 상업영화였다. 반면 ‘호프’는 SF 장르 특유의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으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데다, 초반 흥행을 이끈 할인 특수마저 끝난 상황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작품성에 방점을 두거나 호불호가 큰 작품은 400만~500만 구간에서 관객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성수기인 8월을 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등판은 가장 큰 암초다. 마블의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7월 29일)’와 글로벌 개봉 첫 주말에만 2억 6400만 달러 매출을 올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8월 5일)’가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IMAX, 돌비 시네마 등 객단가가 높은 특수상영관 분산이 불가피하다. 이미 이날 기준 ‘스파이더맨’과 ‘오디세이’의 예매율은 각각 65.4%, 13.1%로 ‘호프’(11.3%)를 앞질렀다.

회생절차를 밟는 메가박스중앙 입장에선 자사 배급작인 ‘호프’의 매출 확대가 절실하지만 상영관을 집중할 수는 없는 처지다. 실제로 메가박스 코엑스는 다음 달 1일 ‘스파이더맨’에 돌비 시네마 포함 10회차를 배정한 반면 ‘호프’는 3회차에 그쳤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