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0시부터 적용되는 8차 석유 최고가격 발표를 앞둔 24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유가가 표시돼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지난 3월 13일 도입돼 4개월 넘게 시행 중이다. /김범준 기자
25일 0시부터 적용되는 8차 석유 최고가격 발표를 앞둔 24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유가가 표시돼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지난 3월 13일 도입돼 4개월 넘게 시행 중이다. /김범준 기자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서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더라도 고유가 충격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브렌트유 9월물 선물은 7.04% 오른 배럴당 100.69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5월 22일(103.54달러) 후 약 2개월 만이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선박을 공격해 긴장이 고조된 결과다.

이는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이어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증시에도 부담을 안겼다. 이날 미국 나스닥지수는 2.15% 내렸고, 24일 한국 코스피지수 역시 5.72% 급락했다.

호르무즈 이어 홍해 항로도 위협…유조선 운항 차질·수급 불안 고조
美·이란 전면전 땐 "유가 146弗"…중동 불확실성에 정부 비상대응

"중동 확전 땐 유가 140弗 넘어"…석유 최고가격제 유지한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자 석유 최고가격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후티 공격으로 급등

24일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해상 봉쇄를 선언한 지난 20일 배럴당 89.22달러이던 브렌트유 선물(최근월물 기존)은 23일 100.69달러까지 올랐다. 사흘 사이에 11.47달러 급등했다. 그사이 후티는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유조선 두 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공격받은 선박은 두 척뿐이지만 시장은 공격 위치에 주목했다. 봉쇄된 호르무즈해협을 대체할 항로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를 동서 횡단 송유관으로 홍해의 얀부항까지 보내 수출해 왔다. 지난 4월 이후 얀부의 원유·연료 선적은 하루 평균 450만 배럴을 웃돌았고 70%가 아시아로 향했다. 이 배들이 인도양으로 나가기 위해 통과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후티가 겨눈 것이다.

호르무즈에 이어 바브엘만데브까지 막히면 아시아로 가는 유조선은 북쪽 수에즈운하로 나가 희망봉을 돌아가야 한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사우디 얀부항에서 대만까지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하는 경로는 19일이 걸린다. 하지만 수에즈운하로 돌아가면 48일이 소요된다. 연료비는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수에즈 통행료로 100만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해협 통항 차질이 계속되면 유가가 올 4분기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RBC캐피털마켓은 중동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2022년 고점(128달러)을 넘어 2008년 기록(146달러)까지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앞으로 공격당하는 모든 선박에 이란 동결 자금으로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현실화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 일몰 없어”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7차 최고가격을 휘발유와 경유, 등유 모두 L당 150원씩 인하하는 등 출구 전략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 일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25일 0시부터 4주일간 적용되는 8차 석유 최고가격은 7차 최고가격과 같은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정했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에도 7월 평균 가격은 브렌트유 배럴당 82달러, 서부텍사스원유(WTI) 77달러로 6월 평균 가격(브렌트유 84달러, WTI 82달러)보다 낮아 최고가격을 인상할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형성될 추정 가격과 비교해 휘발유는 L당 약 100원, 경유와 등유는 약 300원씩 가격을 낮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전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당분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71.1원이다. 경유는 1855.72원이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예민하게 살펴 언제든지 최고가격을 다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후 종료한 비축유 스와프 제도 등 비상조치를 재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김주완/박종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