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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강 덮친 '플래시 가뭄'…물 부족·산불 위험 확산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기상특성(WWA·World Weather Attribution) 연구진은 유럽 12개국 과학자들과 공동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이 이른 시기부터 토양과 하천의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키면서 올해 유럽에서 플래시 가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부와 동유럽에서 피해가 두드러졌으며, 이탈리아와 프랑스, 폴란드, 영국 등의 하천 건조 현상이 화물 운송과 수력발전, 농작물 수확에 영향을 미치고 일부 국가에서는 생활용수를 제외한 물 사용 제한 조치까지 시행됐다.
연구진은 장기간의 강수 패턴 자체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서유럽은 연초 겨울 강수량이 동유럽보다 많았지만, 5월부터 이어진 연속적인 폭염이 토양을 빠르게 건조하며 가뭄 시점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WWA는 강수량과 토양 수분, 증발 잠재력을 종합 분석해 올해 가뭄 발생 과정을 추적했다.
아직 동료 평가(peer review)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연구 결과는 서유럽의 4~6월 강수 부족 자체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고온은 증발 잠재력이 향상될 가능성을 약 80배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유럽에서도 1~6월 기준 고온으로 인한 증발 위험은 약 40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 대기·기후과학연구소의 도미니크 슈마허는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겨울 강수량이 늘었음에도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봄부터 토양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건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온이 상승할수록 대기의 '갈증'이 커져 강과 호수, 저수지, 토양에서 더 많은 수분을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부 지역은 정원용 호스 사용을 금지했고, 네덜란드는 지난주 가뭄 경보를 실제 물 부족을 의미하는 2단계로 상향했다. 라인강과 유역 전반의 장기 가뭄은 알프스와 독일, 프랑스, 벨기에의 수자원에도 부담을 주고 있으며, 루마니아를 지나는 다뉴브강 수위는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서유럽에서는 겨울과 초봄의 풍부한 강수로 식생이 크게 자란 뒤 폭염으로 급격히 말라붙으면서 산불 위험도 커지고 있다. 슈마허는 스페인과 프랑스, 포르투갈 등에서는 건조한 식생이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차원의 물관리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의 메럴 라우언은 현재 유럽연합(EU)의 물관리 지침은 의무 규정이 아니며 국가마다 누수 관리와 산업·농업용수 재활용 정책이 크게 달라 대륙 차원의 적응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심각한 가뭄이 더 자주 발생하고 회복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 전역에서 물관리와 적응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