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마늘·고춧가루 듬뿍"…튀르키예서 찾은 내장탕 [신예희의 나홀로 한입여행]
뜨끈하게 속풀이
튀르키예의 국물 요리 '초르바'
튀르키예의 국물 요리 '초르바'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슬슬 목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이 텁텁하고 갑갑한 느낌은 뭘까? 분명 다 맛있는데. 양고기와 쇠고기에 온갖 향신료를 요리조리 혼합해 숯불에 구운 케밥도, 납작하거나 도톰한 쫄깃한 빵도, 가지와 토마토를 듬뿍 쓴 푸근한 볶음 요리도, 달콤한 시럽이 줄줄 흐르는 디저트도 하나같이 끝내주는데 말이다. 대체 뭐가 빠진 걸까? 곰곰 생각해 보니, 국물이다. 내가 지금 국물이 너무 아쉬운가 보다. 요리에 끼얹은 소스 정도론 안 된다. 벌컥벌컥 들이켤 만한 거로, 이왕이면 속이 확 풀리는 거로.
이럴 땐 역시 이슈켐베 초르바(İşkembe Çorbası)다. 이슈켐베는 반추동물의 내장을 뜻하는 말로, 소와 양의 내장으로 오랫동안 푹 끓인 진한 내장탕이다. 이런 탕류는 메뉴가 수십 개씩 있는 식당보단 딱 그것만 판매하는 곳이 역시 맛있다. 물어물어 찾아가니, 살짝 풀린 눈으로 그릇에 코를 박고 국물을 들이켜는 손님으로 가득한 모습에 믿음이 절로 간다. 이슈켐베 초르바가 테이블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직원이 다른 그릇을 쟁반에 받쳐 들고 온다. 다진 마늘을 식초에 담근 건데, 이 외국인이 생마늘을 먹을 줄 알까 걱정스러운 눈빛이라 씩 웃어주었다. 이래 봬도 마늘의 나라에서 왔는걸. 당연히 크게 한 숟갈 넣고 고춧가루도 듬뿍 친다. 이래야 내장탕이지.
다른 국물 요리도 찾아볼까? 궁금한 게 있을 땐 일단 시장으로 간다. 나는 전통시장을 워낙 좋아해, 여행의 숙소를 고를 때면 주변에 시장이 있는지도 꼭 확인한다. 이번엔 이스탄불 곳곳을 연결하는 페리 선착장이 있는 위스퀴다르 지역에 묵으며, 선착장 바로 앞 어시장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생선만 파는 건 아니고 정육점과 빵집, 치즈와 올리브 도매상, 그릇 가게 등 별의별 걸 다 팔지만 역시 생선 가게가 제일 많다. 넓적한 초록색 포도잎을 쫙 펼쳐두고 그 위에 생선을 진열해 놓아 왠지 더 싱싱해 보인다. 특히 많이 먹는 건 등푸른 생선인 고등어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아가미를 홱 뒤집어서 생선의 신선도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어, 아예 미리 뒤집어 진열한 모습이 좀 낯설다.
하지만 지금 원하는 건 국물이다. 최고의 생선 요리, 발륵 초르바(Balık Çorbası)! 담백하고 부드러운 농어와 딜, 셀러리, 파슬리 등의 허브를 듬뿍 넣은 생선 수프다. 재료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입안에 향기가 감도는 느낌이다. 우선 큼직한 농어 살을 잘 발라두고, 뼈와 대가리를 푹 삶아 진한 육수를 낸다. 육수가 완성될 무렵 농어 살을 집어넣고 지나치게 익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살 익혔다가 건져놓는다. 한편, 당근과 양파, 감자, 셀러리, 다진 마늘 등을 올리브 오일과 버터에 맛있게 볶고, 밀가루도 한술 넣어 함께 잘 볶다가 생선 육수를 붓고 바글바글 끓인다. 밀가루 덕에 수프가 걸쭉하고 부드러워진다. 다 되어간다 싶을 때 농어 살을 넣고, 마지막으로 파슬리와 딜 같은 향기로운 허브를 다져 넣어 휘휘 저어 섞어 그릇에 담는다.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고 한 숟갈 떠서 맛을 보면 말 그대로 끝내준다.
식당 이름이 아니라 형식으로, 전통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대중식당을 로칸타라고 한다. 미리 조리된 음식을 보기 좋게 담아서 진열해 두어 손님이 눈으로 보면서 원하는 걸 쟁반에 담아 계산하는 식이다. 일종의 카페테리아랄까. 초르바와 샐러드, 굽거나 볶거나 찌거나 튀긴 요리, 전통 디저트와 과일, 요거트와 온갖 음료까지 없는 게 없다. 물론 에크멕 빵은 튀르키예 어디서나 무료고. 이 다양한 음식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걸 직접 골라 나만의 백반 한 끼를 구성하는 게 참 재미있다. 매번 다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