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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의 왕'인 줄 알았는데…영국 왕실을 놀라게 한 루비의 정체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7월의 탄생석 '루비'라는 이름의 힘
'발라스 루비'는 루비 아닌 스피넬
'가난한 자의 루비'도 이름만 빌려
실제론 붉은색 보석 가닛
'발라스 루비'는 루비 아닌 스피넬
'가난한 자의 루비'도 이름만 빌려
실제론 붉은색 보석 가닛
루비의 이름을 빌린 붉은 보석들
‘발라스 루비’, ‘가난한 자의 루비’ 말고도 다른 보석들이 단연 많이 빌려 쓴 이름이 바로 루비다. 왜 사람들은 굳이 다른 보석에 루비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가장 아름다운 붉은 보석의 기준이 바로 루비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선명한 붉은색을 띠는 보석을 하나의 범주로 인식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루비가 있었다. 어떤 보석이든 루비를 닮았다고 불리는 것은 최고의 찬사였다. '가난한 자의 루비'라는 별칭도 가닛이 루비를 대신할 만큼 아름다운 붉은색을 지녔다는 의미였다. 마치 오늘날 뛰어난 스포츠 선수를 '제2의 ○○'라고 부르는 것처럼.
루비와 스피넬, 왜 중세부터 근대 초기까지 헷갈렸나
이러한 혼동은 수 세기 동안 이어지다가 18세기 후반부터 광물학과 보석학이 발전하면서 스피넬이 루비와는 다른 광물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루비와 스피넬은 전혀 다른 보석이다. 루비는 자연에서 대형 결정체로 성장하기 어렵다. 투명도가 뛰어나면서 크기까지 큰 루비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3캐럿 이상부터 희귀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10캐럿 이상은 세계적인 희소성을 인정받는다. 반면, 스피넬은 상대적으로 큰 결정체로 자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얀마 모곡 지역에서는 수백 캐럿에 이르는 대형 스피넬도 산출됐다. 이런 붉은색의 대형 스피넬은 웅장한 왕실 보물을 제작하는 데 이상적이었다. 왕실에 헌상된 일부 스피넬은 왕관, 왕홀 등에 루비라 불리며 장식되었다.
영국 왕관 속 '흑태자 루비'의 정체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 세계적인 보석들과 함께 세팅되어 있지만, 흑태자의 루비가 왕관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많은 전쟁과 왕조의 흥망성쇠를 거치며 왕과 여왕의 대관식에 사용된 이 왕관은 영국 왕실의 상징처럼 된 보물이다. 그런 왕관에 있는 보석이 실제로는 약 170캐럿의 스피넬이었다. ‘흑태자의 루비’는 더 이상 루비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 이름을 잃지 않았다. 루비라는 이름이 이미 역사의 일부가 된 것이다.
루비와 붉은색 보석의 다채로운 세계
그렇다고 다른 보석들의 가치가 떨어지기는커녕 오늘날 붉은 계열 보석의 세계는 더욱 깊고 풍성해졌다. 레드라는 고유의 강렬한 색으로 인해 스피넬과 가닛은 물론, 루비와 같은 커런덤 광물인 핑크 사파이어까지 저마다의 개성과 아름다움으로 사랑받고 있다. 과거에는 루비를 닮은 보석으로 여겨졌던 스피넬과 가닛도 이제는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며 하이 주얼리 메종과 컬렉터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짝퉁 루비’가 아니라, 각자의 아름다움으로 사랑받는 보석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