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2월 미국 LA에서 진행된 LAFC 응원단 패키지의 모습 / 사진. ©한정협
26년 2월 미국 LA에서 진행된 LAFC 응원단 패키지의 모습 / 사진. ©한정협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도파민'을 자극하는 새로운 여행의 형태, 특수목적여행(SIT·Special Interest Tourism)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패키지 여행이 저렴한 가격과 대중성을 무기로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이제 여행 시장은 개인의 깊은 취미와 열정을 반영한 여행으로 완연히 키를 틀고 있다.

최근 아웃도어브랜드 블랙야크와 손잡고 진행한 백두산 일출·별밤 투어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반적인 단체 패키지였다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로 채워졌을 백두산행 버스였지만, 새벽 2시에 올라 천지의 일출과 별을 보겠다는 일정표를 던지자 참가자의 70% 이상이 90년대생으로 채워졌다.

목적형 여행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았을 때 SIT 패키지 여행이 한 단계 더 진화하고 패키지 시장의 한축으로 완전히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미래지향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매력적인 상품을 가장 어울리는 채널로

전통적인 OTA나 여행사들은 “어디로 가세요?”라는 질문을 고객에게 가장 먼저 던진다. 그런데 SIT 패키지는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를 묻는다. 타깃 고객이 다른 만큼 마케팅의 방식도 전통적인 패키지와 달라야 한다.

현재 많은 SIT 상품들은 매우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여행 플랫폼 내부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충분히 노출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있다. 아무리 멋진 트레일 러닝이나 해외 락 페스티벌 상품을 밤새워 기획해도, 정작 그 취향을 가진 핵심 타깃들이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자체 플랫폼에서 손님이 손님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캠핑을 좋아하면 캠핑 전문 플랫폼에서, 음악을 좋아하면 페스티벌 전문 채널과 손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놀유니버스를 포함해 SIT 패키지를 확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OTA, 여행사들이 발빠르게 B2B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혼자 독점하며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타깃 고객이 이미 끈끈하게 뭉쳐 있는 외부 채널과의 제휴를 통해 잠재 고객을 유입시키는 역량이 SIT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좀더 멀리보자면 외부 네트워킹, 즉 유명인이나 특정 커뮤니티에 기대는 전략은 시장의 성장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SIT 패키지의 연속성 문제다. 유명 셀럽이나 스타 전문가의 이름값에 의존하면 그들의 스케쥴 탓에 연속적인 모객이 어렵고 원가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1년에 한번 하는 지역 축제처럼 되어선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 여행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입소문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모객이 되는 스테디 셀러의 상품들이 계속해서 나와 밸런스를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취향을 읽는 알고리즘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또 투어&액티비티(T&A)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알고리즘 마케팅을 완성해야 한다. 단순히 항공과 호텔을 예약하는 단편적인 여행 DB만으로는 고객의 깊은 취향을 알아낼 수 없다. 고객이 어느 도시로, 어느 정도 머물렀는지는 알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에서 무엇을 즐기고, 어떤 경험에 지갑을 여는지 보여주는 T&A 데이터가 결합돼야 한다. 항공과 호텔 정보보다는 고객이 스노클링을 좋아하는지, 러닝을 좋아하는지 등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값지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나는 러닝을 좋아하는 직장인인데, 이번 휴가 때 어떤 여행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최적의 목적형 패키지 상품을 자연스럽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여행 기획자들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SIT 패키지의 핵심은 단가 경쟁이 아닌 가격에 대한 설득력과 고객 경험 만족도에 있다. 전통적인 레거시 패키지는 도심 외곽의 저렴한 호텔을 쓰고, 쇼핑과 옵션을 필수적으로 집어넣어 저렴한 단가로 승부한다. 반면 목적형 여행은 고객들이 온전히 목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심 중심의 시내 호텔을 쓴다. 동선도 여유롭게 짜야 하므로 가격이 훨씬 높다. 기획자들은 가격을 깎는 경쟁에 매몰되지 말고, "다녀와 보니 정말 이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고객 경험을 주어야 한다.
25년 11월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K베이스볼 시리즈 한일전 응원단 패키지의 모습 / 사진. ©한정협
25년 11월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K베이스볼 시리즈 한일전 응원단 패키지의 모습 / 사진. ©한정협
실제로 현지에서 정형화된 단체 식사 일정 대신, 고객들이 직접 찾아가 유명 버거집을 웨이팅해 먹도록 했을 때 만족도가 훨씬 더 높았다. 패키지의 편리함에 자유여행의 감성을 더하는 정교한 완급조절이 기획자의 실력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대한민국의 여행 기획자들은 전통적인 '기획(Planning)'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제휴와 소싱을 다각화하는 '머천다이저(MD)'로 진화해야 한다.

취향의 연대가 만드는 두려움 없는 여행

“함께 버스 타는 사람들 나이대가 어떻게 되나요?”, “남자가 많나요, 여자가 많나요?”

과거의 전통 패키지 여행객들이 예약 버튼을 누른 뒤 가장 조마조마해하며 여행사에 던졌던 질문은 주로 연령대와 성별에 관한 것이었다. 혹여나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여행지의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전전긍긍했던 심리의 반증이다.

하지만 목적형 여행은 이 지점부터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목적형 여행은 독자들이 정말 꿈꿔왔던 여행을 실현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단순히 유명한 장소 여러 곳을 허겁지겁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며 깊이 있게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26년 3월 대만에서 진행된 드로잉투어의 모습 / 사진. ©한정협
26년 3월 대만에서 진행된 드로잉투어의 모습 / 사진. ©한정협
그렇기에 버스에 타는 순간, 이미 연령과 성별을 초월해 똑같은 관심사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여행의 모든 과정을 즐기게 된다. 낯선 이들과의 동행이 부담이 아니라, 훨씬 더 특별하고 재미있는 여행을 완성해 주는 '취향의 연대'가 되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자신의 취향을 찾아 클릭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더 안전하고 정교한 취향의 장(場)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여행 업계와 기획자들이 앞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진해야 할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