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상하이 갈 이유는 이곳으로 충분하다…亞 다이닝의 미래 '링롱' [이영민의 테이블 위의 세계]
아시아 9위 레스토랑을 가다
아시아 톱3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파인다이닝
무엇이 이런 높은 평가를 가능하게 했을까. 링롱이 자리한 곳은 상하이의 상징 와이탄(外灘)의 월도프 아스토리아(Waldorf Astoria)다. 1911년 영국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옛 상하이 클럽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헤리티지 빌딩에 들어서 있다.
3년 키운 닭, 한 그릇의 육수로
첫 챕터 시안(鮮)은 중국요리의 핵심 개념이다. '신선할 선' 자를 쓰지만 실제로는 입안 깊이 퍼지는 감칠맛을 가리킨다. 일본의 우마미가 감칠맛에 초점을 둔다면, 시안은 신선도와 향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개념이다.먼저 한입 크기의 포르치니 아뮤즈가 나온다. 얇은 베이스 안에 숙성 포르치니 아이스크림을 채우고, 위에는 버섯을 꽃처럼 얇게 올렸다. 입에 넣는 순간 마른 포르치니 특유의 농축된 우디한 향이 단숨에 터진다. 차갑게 풀어낸 덕에 향이 단계적으로 풀려나온다. 비주얼과 식감, 향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정확히 계산된 한입거리였다.
코스 하나에 담긴 수많은 식재료 산지 이야기
국물의 색과 향이 빼어났다. 염도가 살짝 높은 덕인지 깊이와 무게감이 남달랐다. 표면적인 감칠맛이 아니라, 3년 사육과 6개월 숙성이 빚어낸 농밀함이었다. 지금껏 마셔본 닭 육수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창의성에 앞서, 맛의 본질을 정확히 아는 셰프라는 인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부레와 중국산 파르미지아노
두 번째 챕터 전통의 백미는 부레(Fish Maw) 요리였다. 상하이 여행을 통틀어 먹은 디쉬 가운데 최고였다. 요리에 앞서 큰 치즈 덩어리를 보여주는데, 중국이 자체적으로 만든 최초의 파르미지아노라고 했다. 몽골 소의 우유를 베이징에서 이탈리아 제조법 그대로 가공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안에는 부레와 뇨끼가, 위에는 치즈로 만든 바삭한 칩과 홍콩산 숙성 진피(陳皮)가 올랐다. 진피의 시트러스한 쌉싸름함이 농밀한 치즈 소스의 무게감을 정리한다. 부레와 닭 육수, 진피 같은 동양의 재료와 파르미지아노, 뇨끼 같은 서양의 재료를 한 접시에 묶어내는 솜씨가 정말 좋았다.
산미가 얼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다
세 번째 챕터 지역성에서 가장 놀란 요리는 옥돔이었다. 일본에서 아마다이(甘鯛)로 귀하게 치는 섬세한 흰 살 생선을, 뜨거운 기름을 끼얹어 껍질만 바삭하게 익히는 광동식으로 조리해 '탕'에 담았다. 생선 아래에는 백산탕(白酸湯)이 깔린다. 중국 구이저우(貴州)의 전통 수프로, 쌀뜨물을 발효해 만든 맑은 신맛 베이스다. 함께 건넨 작은 나무 막대를 유자 제스트처럼 갈아 뿌리면, 레몬그라스를 닮은 시트러스 향이 산미 위에 얹힌다.한입 먹고 좋은 의미로 놀랐다. 산미가 대단히 강한데도 얼굴이 찌푸려지지 않는다. 기분 좋게 강하다. 산라탕 같기도, 똠양꿍 같기도 한 이 국물은 발효가 만든 산미라 자극적인 식초산과 결이 다르다. 이런 산미를 지닌 훌륭한 스프는 처음이었다. '지역성'이라는 챕터의 이름이 이 한 접시에서 분명해진다.
코스의 정점은 디저트가 아닌 '밥'
메인으로는 후저우(湖州)산 오리를 통째로 튀겨 광동식에 가까운 바삭한 껍질을 냈다. 잡내 없이 지방과 껍질이 훌륭했다. 그러나 이 코스의 진짜 정점은 그다음, 마지막 식사로 나온 볶음밥이었다.
마지막 디저트 역시 단순하지 않았다. 리우 셰프의 어린 시절 추억을 프티푸르로 재현한 '기억' 챕터다. 서버가 건넨 코인을 나무 상자에 넣으니 오르골 선율이 흘러나오고, 셰프의 유년을 그린 그림이 드러난다. 1959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국민 사탕 다바이투(大白兔)를 응용한 밀크 캔디까지, 기억이 코스의 마지막 주인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