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을 두고 부처 간 입법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메가특구특별법’과 제조업 전반의 인공지능(AI) 전환을 지원하는 ‘맥스법’(M.AX법·제조업 AI 전환)을 함께 준비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별도로 ‘기업형첨단도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호남권에 8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하기로 했다. 후보지로는 광주군공항 종전 부지와 인근 탄약고 부지 등 총 826만㎡(약 250만 평)가 거론된다. 국토부는 이 부지가 공항 특성상 평탄화돼 있고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국유지여서 보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봤다. 광주시청과 광주송정역이 가까워 주변 교통 인프라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해당 부지를 ‘기업형첨단도시’로 조성하겠다며 두 갈래 입법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우선 인허가와 보상을 병행해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단축하는 산업입지법 개정안을 오는 8월 발의해 연내 통과시키는 안이다. 산단 계획 수립 전 토지 보상을 가능하게 하고, 보상 협조자에게 협조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도 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기업형첨단도시에 특화된 별도 특별법 구상을 제안했다. 국토부는 “산업입지법, 공공주택특별법, 도심융합특구법 등 개별 개발법률을 융복합한 법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은 기업 규제 완화 패키지에 초점을 맞춘 만큼 도시 개발과 관련된 내용은 별도 법안에 담자는 취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 부처가 비슷한 내용의 특별법을 각자 준비하며 사실상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산업부와 상의해 어느 쪽에서 뭘 할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