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칼럼] 노란봉투법이 넘지 말아야 할 선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지난해 7월 28일 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당정 협의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 전체회의 의결까지 모든 일정이 단 하루 만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법안심사소위에선 개정안 제2조 5호를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맞섰다. 이 조항은 노동쟁의 대상을 기존의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라는 문구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해 경영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사용자단체와의 사회적 합의를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은 전체회의 의결 직전 “노란봉투법은 기업에도 유리한 법”이라며 “노사 모두가 불확실한 법적 해석에 시달리지 않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 노란봉투법 시행 4개월째를 맞은 지금 여당의 기대와는 달리 우려한 문제가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다. 원·하청 교섭을 둘러싼 혼란과는 별개로, 충분한 숙의 없이 통과된 제2조 5호 조항은 산업 현장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노조를 시작으로 산업계에 퍼져가는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대표적이다. 대법원 판례상 성과급은 근로조건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배분으로, 경영 판단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많은 대기업 노조는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시키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측의 호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까지 내년 노사교섭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의 투자와 사업 재편, 신사업 진출 등 본질적인 경영 의사결정까지 노사 교섭과 노동쟁의 대상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쟁의 대상의 과도한 확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시행령 보완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 대상이 확대됐는데 그 기준을 놓고 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행령을 통해 적용 기준을 구체화하라고 지시했다.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에 대한 정부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자칫 노사갈등의 늪에 빠져 차질을 빚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을 것이다.

문제는 노동계가 이미 노동쟁의 대상 확대를 새로운 권리로 인식한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란 점이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의 시행령 보완 지시에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 부정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약하려고 한다”며 “오랜 투쟁 끝에 만든 법을 다시 축소·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불완전 입법은 이처럼 사회 곳곳에 뼈아픈 후유증을 남긴다. 입법 당시 모호하게 규정된 조항은 자의적 해석 여지만 키워 산업 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보완 입법이 원칙이지만,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당장은 시행령을 통해 적용 기준을 구체화하고 쟁의권 행사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해 혼란을 줄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노동기본권은 민주 사회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할 헌법적 권리다. 그러나 경영권 또한 헌법이 보호하는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본질적인 경영 판단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이 줄어들고 투자 의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일자리 기반과 국가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노란봉투법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