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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면…도시 전체는 '또 다른 무대'가 된다
오프 페스티벌 '60주년'
"선택받지 못해도 무대 만들 수 있다"
공식 페스티벌 'IN' 미초정 작품들
극단 스스로 공연장 섭외하고 홍보
"선택받지 못해도 무대 만들 수 있다"
공식 페스티벌 'IN' 미초정 작품들
극단 스스로 공연장 섭외하고 홍보
노래를 마친 그는 웃으며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프랑스 샹송을 소재로 한 코미디예요. 거리에서 노래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죠.” 코스트가 자랑스럽게 보여준 티셔츠에는 직접 새겨 넣은 문장이 있었다. “Étanche à la honte(부끄러움에 흔들리지 않는다.)”
두 개의 축제, IN & OFF
7월의 아비뇽을 축제의 도시로 만든 것은 공식 페스티벌뿐만이 아니다. 같은 시기, 도시 전역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공연예술 축제인 오프 페스티벌이 동시에 열린다. 인이 예술감독의 초청을 받은 작품으로 구성된다면, 오프는 전혀 다른 원리로 움직인다. 중앙의 예술감독도, 심사도 없다. 참가 극단이 직접 공연장을 구하고 제작비와 홍보비를 부담해 무대에 오른다. 1966년 시작된 오프는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139개 공연장에서 1731편의 작품이 공연됐고, 하루 평균 1250회의 무대가 이어졌다.
英 에든버러 프린지와 닮은 OFF
이런 구조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과 닮았다. 에든버러가 영어권 공연예술의 대표 프린지 축제라면, 아비뇽 오프는 프랑스어권 공연예술 시장의 중심이다. 매년 전 세계 극장장과 프로그래머, 제작자들이 이곳을 찾아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다음 시즌 공연을 결정한다. 오프는 축제이자 동시에 세계 공연예술계의 거대한 시장인 셈이다.
참가자들의 공동 공간인 ‘오프 빌리지(Village du OFF)’에서 만난 프랑수아 말레는 올해 세 번째로 이 축제에 참가했다.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삶을 그린 1인극을 하는 그는 오전에 거리에서 전단을 돌리고,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다른 작품을 보거나 프로그래머를 만난다. “매년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고, 평소와는 다른 관객을 만날 수 있어요.”
그는 아비뇽 페스티벌의 다른 이면도 털어놨다. “정말 정글 같기도 합니다. 경쟁이 아주 치열해요. 온종일 전단을 돌려야 하고,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있는 것도 아니죠.” 그런데도 그가 매년 다시 아비뇽을 찾는 이유는 분명했다. “1년 중 우리가 만나고 싶은 모든 프로그래머를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순간이니까요.”
그 기회가 모두에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프 운영 단체 AF&C 조사에 따르면 참가 단체의 약 80%가 축제 이후 확보한 투어 공연이 5회 미만이라고 답했다. 한 달 가까운 체류비와 대관료, 제작비, 홍보비를 감안하면 대부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공연예술 지원 예산까지 줄이면서 소규모 극단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 4월 열린 2026년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 기자회견에서 AF&C는 올해 축제의 방향을 ‘확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창작 지원 기금을 25% 증액하고, 공연 유통 구조를 논의하는 ‘공연 유통 총회’를 처음 개최한다고 밝혔다. 규모를 키우는 대신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60주년 오프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저항과 다양성, 60년의 정체성
60주년을 맞은 오프는 탄생의 정신인 ‘저항’뿐 아니라 또 하나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을 다시 강조했다. 올해는 지중해를 주변 지역으로 선정해 알제리, 모로코, 팔레스타인, 튀르키예, 스페인 등 8개국 예술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공식 페스티벌이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해 한국 예술가를 조명했다면, 오프는 지중해라는 문화권 전체로 시선을 넓힌 것이다.인터뷰를 마친 코스트는 다시 기타를 둘러메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이들도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누군가는 교황청 안뜰에서 펼쳐지는 공식 공연을, 누군가는 골목 안 작은 극장에서 열리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출발점도 운영 방식도 다른 두 축제, 인과 오프는 서로를 견제하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비뇽의 공연예술 생태계를 완성했다. 매년 7월, 공연장과 거리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된다.
아비뇽=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