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12일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와 내부 유착 의혹이 드러나자 제도 전면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모양새다.

◇‘장윤기 사건’ 이후 기류 변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라는 주제로 여성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연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비리를 견제하는 형사사법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변호사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는 의미는 실질적으로 ‘경찰의 독점 수사권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경찰의 독점 수사권이 현실화하면 ‘법왜곡죄’ 시행으로 인한 문제에 더해 독점적 수사권의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판검사의 사법적 판단을 처벌하는 법왜곡죄 아래서는 이들의 직무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수사 대상이 된다. 이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경찰이 일반 사건의 수사권을 완전히 독점한다. 결국 판검사마저 경찰의 눈치를 보거나 처분 결과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사법 체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곽 의원의 진단이다.

이소영 의원 역시 12일 “검사가 오직 경찰이 넘긴 서류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서류중심주의’ 형사시스템으로의 역행”이라며 “진범을 불기소하거나 무고한 사람을 기소하는 졸속 기소로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보탰다.

정부 인사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까지 가세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헌법상 영장신청권은 검사의 독점적 권한”이라며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헌법의 체계정당성 원리에 반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당정 내부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커진 결정적 계기는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이다. 당초 경찰은 피의자 장윤기의 범행 동기를 단순 분풀이로 판단해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새로 적용했다. 이후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부친과 초동 수사팀 간 유착 및 증거인멸 의혹까지 추가로 불거지면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지닌 사법 통제 기능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경파 “흔들리면 안 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수사권 독점이 걱정되면 검사의 영장청구권, 기소권 독점도 제한해야 한다”고 맞섰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되자 강경파인 추미애 경기지사도 나서 “예외를 좁힌다고 하더라도 검사의 직접 수사 허용은 수사 기소 분리가 아니다”며 “검찰개혁 9부 능선을 앞두고 흔들리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민주당이 일방 처리하는 것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당이 제안한 7개 상임위원장을 일단 수용하고 법사위에 복귀해 쟁점 법안 통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보완수사권은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며 “시급한 건 검찰 해체가 아니라 오히려 경찰 개혁”이라고 호소했다.

최형창/이슬기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