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직업계고·고졸인재 채용엑스포’에서 경기자동차과학고 학생이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직업계고·고졸인재 채용엑스포’에서 경기자동차과학고 학생이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운전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을 만들겠습니다.”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직업계고·고졸인재 채용엑스포’에서 만난 손희준 군(경기자동차과학고 2학년)은 이같이 당찬 포부를 밝혔다. 손군은 “레벨5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면 운전 시간을 아껴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며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손군은 현장에서 원격 조종 자동차를 선보였다. 원격 조종 프로그램은 ‘LEVEL5’ 동아리원과 함께 직접 코딩한 것이다. 레벨5 자율주행 기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동아리여서 LEVEL5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동아리는 지난해 11월 WCRC 자율주행 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같은 학교 3학년 정범준 군도 자동차 정비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자신을 ‘차덕후’라고 소개한 정군은 아버지 차량 정비를 도맡았다. 현재 자동차 부품사에 출근하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언젠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미래 자동차 엔진을 개발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엑스포 현장에는 이렇게 일찌감치 진로를 정한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이 많았다. 이들은 학교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며 눈길을 끌었다. 김포과학기술고는 ‘댄싱 로봇’을 내세웠다. 노래 박자에 맞춰 춤을 추도록 코딩했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는 무인 빙수 자판기 ‘무빙’을 소개했다.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토핑을 고르면 무빙이 자동으로 빙수를 만든다. 경기항공고와 용산철도고는 각각 비행과 열차 운행 시뮬레이션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반도체 열풍에 뛰어든 학생도 눈에 띄었다. 충남반도체마이스터고는 반도체 본딩 기술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반도체와 현미경을 준비했다. 반도체 본딩은 반도체 칩을 기판에 고정하고 전기 신호가 통하도록 연결하는 작업이다. 현미경에 눈을 댄 학생들은 “신기하다”며 감탄했다.

본딩 장비 개발을 꿈꾸는 민세훈 군(충남반도체마이스터고 2학년)은 “엔비디아가 급성장한 것을 보고 반도체 학교에 지원했다”며 “본딩 기술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후공정에 모두 쓰이기 때문에 유망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론 조종이 취미인 손무율 군(경기항공고 1학년)은 ‘커리어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그는 “드론을 직접 수리하다가 문득 더 큰 비행기를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 졸업 후 공군 부사관으로 임관해 4년간 안정적으로 정비 경력을 쌓은 뒤 대형항공사에 취업하고 싶다”고 밝혔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