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순방길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이 9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배웅 나온 김민석 국무총리(앞줄 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순방길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이 9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배웅 나온 김민석 국무총리(앞줄 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 순방길에 오른 9일 공항 환송 행사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원 불참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환송 행사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배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6·3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낸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 당정 관계가 당분간 냉기류에 접어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로 출국할 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배웅하는 모습. /김범준 기자
지난해 10월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로 출국할 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배웅하는 모습. /김범준 기자
이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이탈리아, 교황청, 프랑스 등 9박10일간의 유럽 정상외교 일정을 위해 출국했다. 서울공항에서 열린 환송회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등이 참석해 이 대통령을 배웅했으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통상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는 여당 지도부가 공항에 나와 환송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뒷받침하겠다는 ‘당청 일체’의 상징적 자리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대통령 순방길을 배웅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전날 이 대통령이 던진 ‘지방선거 책임론’ 메시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길 것을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며 당 지도부를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사실상 지도부에 묻고 있는 상황에서 환송 행사를 함께 치르는 것에 서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 시그널이 담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여당의 권력 지형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정 대표와 거리를 두는 대신 당권 도전에 나설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의도한 연출이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대통령 귀국길에만 몇 차례 나온 김 총리는 이날 처음으로 출국길 환송 행사에 참석했다. 현재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는 정 대표의 연임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김 총리와 송영길 의원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김 총리와 송 의원이 이른바 ‘친이재명계’ 연대를 해 단일화하고 정 대표와 1 대 1 경선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한 친명계 의원은 “정 대표가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것”이라며 “당청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정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불출마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5선 중진 박지원 의원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 총리가 나가더라도 세게 힘을 실어주시는구나 했다”며 환송 불참을 두고 “대통령 말씀하신 것을 정청래 지도부는 알아차려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정 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자와 오찬을 한 뒤 고창 선운사를 찾아 경우 주지스님과 차담을 했다.

청와대와 친정청래계에선 ‘김 총리 힘 싣기’라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현안을 고려해 청와대 및 내각의 환송 인원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실장도 “국내 상황이 엄중해 인원을 최소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친청계 의원도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했다.

최형창/김형규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