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높여야" vs "합의 무력화"…건설업계 갈등
내년 업무영역(업역) 완전 개방을 앞두고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당분간 칸막이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종합건설업계는 “노사정 합의를 무력화시키는 전문업계의 이기주의 행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 모임인 대한건설협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16개 시·도회장과 300여 개 회원사가 참석한 가운데 ‘종합건설업계 생존권 수호를 위한 탄원서’ 69만8357부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는 “전문업체는 모든 종합공사에 진출할 수 있는 반면 전체 전문공사의 90%가 넘는 4억3000만원 미만 전문공사는 종합업체 진출을 6년 동안 막아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내 보호 기간 종료를 앞두고 전문업계는 다시 보호 금액을 10억원 미만으로 높이고, 보호 기간을 2029년까지 3년 연장하거나 폐지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은 1976년 전문건설업 도입 후 40여 년 동안 종합·전문업체 간 업역을 엄격히 제한했다. 종합업체는 발주처로부터 공사 전체를 받아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을 하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 전문업체는 토공사, 철근콘크리트, 실내 건축, 상하수도설비 등과 같은 세부적인 공사를 담당한다. 2018년 노사정 합의를 거쳐 2021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종합건설사도 전문공사를 원·하도급받고, 전문업체도 종합공사를 원도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소규모 전문공사에 대해선 올해 말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전문건설업계는 지난달 28일 국토부에 탄원서 40만8391부를 전달했다. “2021년 이후 대형 종합업체가 전문공사 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하면서 6만여 개 전문업체가 일감을 잃고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밥그릇 싸움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 원인은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감이 줄어든 것”이라며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업역 갈등만 키우는 건 모두에게 손해”라고 지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