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의 노무비는 15.9%다. 그런데 실질 노동비용은 47.6%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지난 3월 10일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첫 달 동안 372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1011개 하청 노조(14만6000명)가 교섭을 요구했다. 조선·건설·철강·택배·유통·금융 콜센터에서 공공기관까지, 섹터를 가리지 않고 교섭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노동위원회에서 판단이 이루어진 21건 중 17건(81%)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고, 4월 9일에는 종합 건설사 최초로 포스코이앤씨의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제도 변화가 기업의 원가 구조와 리스크 프로파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한 조선소를 보면, 직영 정규직 1만 명과 사내하청 인력 2만 명이 함께 근무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하청업체와만 교섭해 왔다. 이것이 간접고용 모델이 비용 효율적이었던 핵심 구조다.
노란봉투법, ‘숨은 인건비’ 드러내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이 구조를 바꾼다.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A조선소가 그동안 하청 인력의 작업 배치와 안전 환경을 사실상 통제해 왔다면, 이제는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 교섭이 시작되면 안전장비 개선, 휴게시설 확충 같은 근로조건 개선 요구가 들어오고, 이는 곧 A조선소의 시설 투자비와 도급비 인상으로 이어진다. 법 자체가 임금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교섭이라는 채널이 열리면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재무제표 어디에 반영되어 있을까. 투자자가 익숙하게 보는 손익계산서의 매출원가 안에 답이 있다. 매출원가에는 원재료비, 직원 인건비와 함께 외주가공비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도급비가 바로 이 항목인데, 도급비 안에 하청 노동자의 인건비가 들어 있다.
그동안 이 비용은 원재료비처럼 고정비용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청업체와의 계약 단가가 곧 비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으로 원청이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하게 되면, 이 도급비는 더 이상 상수가 아니라 교섭의 결과에 따라 움직이는 변수가 된다.
문제는 그 변수의 크기다. 건설업의 경우 매출원가 중 직원 인건비(노무비)는 15.9%에 불과하지만, 외주가공비까지 합산하면 사람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47.6%에 달한다. 선박건조업도 노무비 10.0%에 외주가공비 21.7%를 더하면 31.7%다. 매출원가의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가 교섭 구조 변화의 영향권에 있다는 뜻이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선박건조업의 외주가공비는 2021년 6조4000억 원에서 2024년 13조4000억 원으로 3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LNG선·컨테이너선 수주 호황에 따라 자동화 설비 대신 사내하청 인력을 대규모로 충원한 결과다.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 제조업의 최근 생산 확대가 자본(설비)이 아니라 사람(외주)으로, 그것도 직영이 아니라 협력사 인력으로 이뤄져 왔다는 의미다. 간접고용 기반이 급격히 확대된 시점에 법이 시행됐다는 점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업종별 충격·기업별 대응… 투자 판단 기준 달라
업종별 영향은 균일하지 않다. 투자자는 두 가지 축으로 리스크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간접노동비용 노출도(외주가공비/노무비 배율)이고, 둘째는 적응 경로의 폭(마진 흡수·가격 전가·효율화·거점 이전)이다. 종합건설(외주/노무 5.8배, 영업이익률 2~3%)과 선박건조(2.2배, 3~5%)는 노출도가 높고 적응 경로가 모두 제한적이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반면 반도체(0.8배, 20%+)는 노출도가 낮고 마진 흡수 여력이 풍부해 영향이 제한적이다. 비용 반영 속도도 다르다. 건설·조선·물류는 기성금·월별 정산 구조로 교섭 타결 후 1~2개월이면 원가에 찍히지만, 자동차 부품·철강은 납품 단가 재교섭에 1~2년이 걸린다. 같은 법이지만 재무에 도달하는 속도가 업종마다 전혀 다른 것이다.
같은 섹터 안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가능하다. 투자자가 기업별로 점검해야 할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간접고용 구조를 선제적으로 전환했는지 여부다. 일부 대형 자동차 부품사는 2022년 이후 사내하청 인력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순차 편입했고, 철강업종에서도 수백 명 규모의 일괄 직고용 전환으로 간접고용 비율을 절반 이하로 낮춘 사례가 있다. 이 전환의 시기가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와 겹친다는 점에서, 법적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 국내 간접고용이 구조적으로 작은 기업이다. 노란봉투법은 국내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이므로, 제조 거점의 대부분이 해외에 있는 기업은 법의 적용 대상 자체가 제한된다. 셋째, 효율화·자동화 투자의 성과가 이미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법 시행 시점에 교섭 전선이 좁아 비용 노출이 제한적이다. 투자 대상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에 공시된 소속 외 근로자 비율과 협력사 거래금액 추이를 교차 확인하는 것이 실무적인 출발 점이 될 것이다.
ESG의 S(사회) 관점에서 이 전환은 양면적이다.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과 산업안전 강화는 긍정적이며, 실제로 노동위원회는 산업안전 관련 의제를 중심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간접고용 축소나 해외 이전 등을 통해 교섭 대상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적응할 경우 고용의 질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S 리스크도 수반한다.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모니터링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교섭 의제의 범위다. 안전·작업환경만 인정되면 비용 증가는 제한적이지만 도급비와 임금까지 포함되면 영향이 전면적으로 확대된다. 둘째, 7월 15일 민주노총 총파업 예고일이다.
셋째, 2026년 하반기 건설·조선·물류 분기실적으로 교섭 비용이 실제 재무에 어떤 규모로 반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검증 시점이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ESG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업 분석의 프레임을 요구하고 있다. 재무제표의 노무비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간접 노동비용의 규모를 파악하고, 교섭 구조 변화에 대한 업종별·기업별 노출도를 차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고용구조를 전환하고 노사관계를 잘 관리하는 기업과,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투자의 핵심은 법의 방향이 아니라, 각 기업이 이 전환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