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최악의 영화'로 세상에 군림한 '신데렐라 감독' 에드 우드
[arte] 김효정의 세기의 영화감독
<특별 시리즈 1> 에드 우드 (1924-1978)
<특별 시리즈 1> 에드 우드 (1924-1978)
이러한 호사와 주목이 모두 우드의 죽음 이후에 일어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드는 무엇보다 트렌스베스타이트(여성 옷을 입는 남자)였고 퀴어였다. 그는 여성(들)과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었지만 그의 정체성은 여성에 가까웠거나 여성과 남성 모두가 공존했다. 만약 그가 남성을 사랑하는 게이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의 주장처럼) 적어도 그는 단성애자, 혹은 하나의 젠더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임은 분명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던 1950년대에서는 설명할 수도, 인정될 수도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더욱이 <드라큐라>(토드 브라우닝, 1931)를 포함해서 1930년대 유니버설 호러를 상징하는 배우 벨라 루고시의 인트로와 전체 내레이션은 마치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던 주말 공포극을 연상하게 한다. 다시 말해 <글렌 혹은 글렌다>는 에드 우드의 자의식과 그가 애정해 마지않았던 장르 영화와 그의 상징, 벨라 루고시에 대한 존경, 그리고 퀴어로 할리우드에서 생존해야 했던 아티스트의 불안과 공포가 뒤섞인 형형색색의 ‘선집’ 같은 작품이었던 것이다.
평단과 관객은 작품을 경멸하고 조롱했다. 버라이어티지는 우드의 '값싼 세트, 조악한 이미
지, 그리고 유아적인 강의 수준 (벨라 루고시가 전달하는)'에 대해서 맹렬하게 비판했다. 다
른 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는 “10대 아이들이나 좋아할 만한 싸구려 영상”으로 분류되어 그만의 ‘유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영화사에서 에드 우드는 신데렐라 같은 존재다. 우드는 가장 낮은 저변에서 가장 작은 이야기를 하는 1인에 불과했지만 그는 사실상 무도회를 점령할 만한 카리스마와 욕망, 그리고 세계관을 보유한 인물이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저급한 영화’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가 퀴어 세계의 스케치를 전달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B급 영화, 예컨대 팀 버튼과 존 워터스를 비롯한 마이너 시네마의 철학과 미학 따위는 누구에게도 존중받지 못했을 것이다. 에드 우드는 분명 현시대에서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었겠지만, 어쩌면 그의 담대함과 위대함은 세상이 그를 바라봐 주지 않는 데서 기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세상에서 마땅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든 존재들이여! 부디 에드 우드의 영화로 봉기하시길!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