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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여배우 조여정을 위한 A+급 찬사
[arte]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조여정은 명성과 인기만큼 많은 영화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과거에 나온 영화의 명성은 다소 수상한 데가 있다. 세 편의 영화가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는데 그게 다 섹스 코드가 강한 영화이거나 그런 배역, 그런 장면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방자전>(2010)에서는 춘향 역으로 나오지만, 고전적 의미의 성(聖)춘향이 아니라 성(性)춘향의 이미지였다. 한국에서 늘 야한 생각을 많이 하는 인물로 유명한 김대우 감독의 작품이었고 그의 춘향전에서 춘향은 방자와 이몽룡 사이를 오가며 이중 플레이를 벌이는 팜므 파탈일 뿐이었다. 권력과 섹스는 동전의 앞 뒷면이고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려는 여인이 고래(古來)를 불문하고 늘 차고 넘친다는 것을 얘기하는 작품이었다. 조여정은 섹시한 춘향이 역에 제격이었다.
김대우의 또 다른 영화 <인간중독>에서 조여정은 섹스신의 상당수를 당시 신인이었던 임지연에게 양보한다. 그러나 <방자전>에서 시작돼 <후궁 : 제왕의 첩>과 <인간중독>까지 이어지면서 조여정에게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여배우의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그 절정이 기이하게도 봉준호의 <기생충>이다. <기생충>의 조여정 하면 대개 다 이선균과 소파에서 벌였던 ‘소파 섹스신’을 얘기할 것이다. 이선균에게 요구하는, 그의 손짓이 향하게 했던 조여정의 신체 부위를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기생충>에서 조여정이 ‘야했던’ 진짜 이유는 ‘사모님’이었기 때문이다.
섹스를 무기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조여정은 경기도 분당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중상(中上)층 집안의 자녀였고 동국대 영화과에서 유현목의 제자였던 만큼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장 환경을 지녔다. 그 점이 더 놀랍다. 조여정은 최근 들어 섹스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위치에서 그 희생자가 되는 배역으로 다소 변신을 꾀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지난해 나왔던, 콜롬비아 영화 리메이크작 <히든페이스>에서 조여정은 밀실에 갇힌 채 연인의 뜨거운 애정행각을 눈뜨고 바라만 봐야 하는 역할로 나온다. 물론 나중에는 그 입장이 뒤바뀌긴 한다. 복수 애정극이 펼쳐진다.
곧 공개될 소니 픽처스의 한국 제작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이다. 연쇄살인마를 인터뷰하게 되는 여기자 이야기다. 마치 한니발 렉터를 인터뷰하는 클라리스 스탈링의 이야기와 같다. 아니, 다르다. 아주 다르다. 훨씬 댄디하다. 호텔 스위트 룸에서 의사 살인자와 마주 앉은 모던한 여기자의 모습이다. 입술은 짙게 발랐고 머리는 숏커트 단발이다. 바지와 블라우스로 현대 여성의 완벽한 이미지를 연기한다. 조여정이 몸의 연기만이 아니라 심리의 내밀한 부분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는 여자 연기자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고 한다. 기대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