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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김대중도 노무현도 내린 법인세
미국은 해외 기업엔 관세
현지 기업엔 법인세 대폭 감면
제조업 부활 총력전 펼쳐
한국만 내년 법인세율 인상
국내 투자 위축 우려
관세 전쟁 와중에 세율 인상 안 돼
이상열 정치부장
현지 기업엔 법인세 대폭 감면
제조업 부활 총력전 펼쳐
한국만 내년 법인세율 인상
국내 투자 위축 우려
관세 전쟁 와중에 세율 인상 안 돼
이상열 정치부장
미국 내 사업용 자산 및 연구개발비에 대한 ‘즉시 상각(full expensing)’을 영구 허용한 것은 더 인상적이다. 투자 연도에 곧바로 전액을 세무상 비용(손금)으로 떨어내도록 허용한 것으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가 통상 4~5년, 길게는 10년에 걸쳐 조금씩 비용처리(감가상각)하게 하는 것과 대비된다. 투자 초기 과세표준과 납부세액을 대폭 줄이고 잉여현금을 늘리게 해 투자수익률(IRR)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외신에선 알파벳(175억달러), 아마존(157억달러) 등 S&P500 기업 369곳이 올해만 총 1480억달러의 법인세를 절감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조선, 자동차, 발전, 인프라 등 자본투자가 많은 한국 기업들도 앞으로 미국에 신규 투자 때 대규모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국내 생산을 이어가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법은 자명하다. 같이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서 법인세율을 구간별로 1%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한국판 OBBBA’이자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한 국내 생산·판매 세액공제는 세법 개정안에서 빠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세율 인하에도 법인세 세수가 2년 새 40% 줄고 투자 확대 효과가 없었다고 군불을 때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가세해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이전으로 돌아가는 조세 정상화’ 및 ‘세수 확충’을 세율 인상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이 조세 정상화인지부터 의문이 든다. 1980년대 후반 감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법인세는 꾸준히 떨어졌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태우 정부 때 34%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김영삼 정부 때 28%, 김대중 정부 때 27%, 노무현 정부 때 25%, 이명박 정부 때 22%로 계속 낮아졌다. 조세 경쟁에서 뒤지면 국가 간 투자 유치전에서 실패하고 국내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문재인 정부만 복지 재원 확충 명분으로 법인세율을 25%로 올렸는데, 문민정부 이후 오히려 이게 ‘예외’였다.
법인세수 확충도 단기적으론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지속될지 의문이다. 내년에 다시 25%가 되면 한국 법인세율은 베트남(20%), 홍콩(16.5%), 싱가포르(17%) 등 경쟁국을 훌쩍 넘어 연방법인세(21%)에 주법인세를 합한 미국 법인세율 평균 수준으로 높아진다. 법인세 증세는 기업 입장에선 곧 그만큼의 현금 유출 확대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면 기업이 투자 의사결정 때 예상하는 수익률을 약 10% 떨어뜨려 국내에서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회계업계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5% 관세로 기업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까지 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 법안까지 가세하면 국내 투자 공동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7월 한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전 세계에서 기업하는 사람이 활동 무대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법인세율을 갖고 고려한다면, 정부는 승복할 수밖에 없다.” 관세 전쟁 한복판인 지금 더 절실하게 들리는 말이다. 법인세는 안 올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올리더라도 관세 전쟁의 먹구름이라도 걷힐 때 고려하는 게 맞다. 세법 개정안 논의 때 국회와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