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AI·바이오·클린테크…미래 해법은 'ABC'
입력
수정
지면B6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업체인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해 반도체 설계부터 로봇 등 다른 분야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을 세심하게 살피고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구 회장 주도로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은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했다.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AI 모델을 공개한 기업은 미국 앤트로픽, 중국 알리바바에 이어 LG가 세 번째다. 엑사원 4.0은 글로벌 AI 성능 분석 업체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평가에서 한국 모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LG는 계열사 및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각 산업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AI’를 만들고 있다. LG전자는 2025년형 그램에 온디바이스 AI(내장형 인공지능)를 탑재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사내 품질 문서를 활용해 생성형 AI 기반 불량 지식 탐색 지능화 플랫폼을 개발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신물질 발굴 특화 모델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통해 화장품 소재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LG유플러스는 엑사원을 경량화한 자체 sLLM(소형언어모델)인 ‘익시젠(ixi-GEN)’을 활용해 AI 통화 에이전트 서비스 ‘익시오’를 출시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LG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난치병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미래에 도전할 것”이라며 바이오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LG의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2023년 사상 최초로 매출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한 수치다. 2024년에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사에 약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LG는 클린테크 영역에서도 투자와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를 찾아 배터리 사업 육성 의지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LG는 클린테크 핵심 시장인 전기차 배터리의 제품 경쟁력,기술 리더십,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속도를 내는 등 다양한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