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흔드는 오너 '상속·이혼소송'…판사들 가사전문법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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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兆단위 재산 분할' 향방 달려SK LG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기업 총수를 당사자로 하는 이혼, 상속 등 가사소송이 재계를 뒤흔들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총수의 개인사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조 단위 규모 기업 지분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어 그룹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사소송의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면서 ‘전문법관’ 선발을 희망하는 판사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법관 중요성 커져
SK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등
가사·소년 전문법관 1년새 3배로
8조 걸린 스마일게이트 CVO 이혼
화우 vs 가온·대륙아주 맞붙어
LG 구광모 회장 상속회복청구訴
율촌·이승엽 등 빅로펌·전관 합류
◇가사·소년 전문법관 선호 늘어
14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가사·소년전문법관은 11명으로, 전년(4명)의 세 배 가까이 늘었다.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전문법관이 두 자릿수로 불어난 건 올해가 처음이다.지난 21년간 총 124명의 전문법관이 배출됐고, 현재 서울가정법원(13명)을 포함한 전국 법원에 28명이 배치돼 있다. 4~7년간 가사·소년 사건을 전담하는 전문법관은 재직 연수가 4년 이상인 법관을 대상으로 전문성, 적성, 연령, 현 소속 법원 근무 기간 등을 고려해 선발된다.
가사·소년 사건은 전부 승소 또는 패소 판결을 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은 데다 재판도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돼 법관들 사이에서 전문법관 선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대기업 총수들의 이혼소송으로 대규모 재산분할이 가시화하면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에 따라 가사·소년전문법관에 지원하는 판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했다.
◇SK·스마일게이트, 재산분할 규모는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 구광모 LG그룹 회장 일가 간 상속회복청구소송 1심,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소송 1심이 각각 서울고등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총수 측에는 대형 로펌이, 상대편에는 전관 변호사가 소속된 중소형 로펌이 줄줄이 붙어 소송전을 벌이는 형태가 굳어지는 추세다.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은 지난 10월 16일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법원은 이혼은 확정했지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이 같은 달 21일 사건을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에 배당했으나 아직 첫 변론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상고심에선 법무법인 율촌과 한때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홍승면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가 최 회장을,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낸 최재형 변호사(전 국민의힘 의원·13기)가 소속된 하정이 노 관장을 대리했다.
권 CVO의 이혼소송은 최 회장 사건보다 큰 규모의 재산이 오갈 가능성이 거론되며 주목받고 있다. 분할 대상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기업가치가 8조160억여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정동혁)는 소 제기 약 3년 만인 11월 12일 첫 변론기일을 열어 쟁점을 정리했다. 다음 기일은 내년 1월 28일이다. 권 CVO는 화우와 손을 잡았다. 배우자인 이모씨 측에는 가온, 존재, 숭인 등 가사 전문 부티크펌이 줄줄이 붙었고, 최근 대륙아주가 합류했다.
◇LG 상속 분쟁…대형 로펌·전관 ‘총출동’
창업 이후 75년간 재산 관련 분쟁이 한 차례도 없었던 LG그룹도 구 회장의 경영권과 직결된 소송이 3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아내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이 구 선대회장의 유산을 다시 나누자며 구 회장을 상대로 법정 다툼에 나섰다. 2023년 말 두 차례 변론 후 2년 가까이 소강상태였다가 지난달 재개됐다.홍승면 변호사와 율촌은 최 회장 이혼 소송에 이어 구 회장 측도 대리하고 있다. 세 모녀 쪽에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의 변호를 맡은 이승엽 변호사(27기)가 소속된 리한과 최 회장 사건 1·2심에서 노 관장 측을 대리한 한승 변호사(17기), 율우, 전관 출신이 많은 해광이 포진해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