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사람들 '이하늬 "출산 3개월만…복대 착용하고 나왔어요" [인터뷰+]

이하늬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지금 복대를 착용하고 있어요. 예전에 촬영하다가 떨어져서 허리 두 군데가 부러졌거든요. 그런 상태로 임신, 출산을 경험하다 보니 힘들었죠. 이번에는 마음 먹고 재활해야 겠지 했는데 차기작 촬영을 했어요. (배를 쓰다듬으며) 잘 여물어 가고 있겠죠?"

배우 이하늬는 출산 3개월 만에 '윗집 사람들' 홍보 현장에 섰다. 이 영화에 대해 그는 "감독, 배우 모두 의기투합해서 만든 영화라 특히나 잘 됐으면 좋겠다. 다 같이 진액을 짜내 만들어낸 작품"이라며 "한국 영화가 힘을 낼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윗집 사람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층간소음 문제에서 시작되지만, 이야기가 향하는 방향은 그 속에 감춰진 부부 간의 감정적 균열이다. 윗집 부부인 하정우와 이하늬, 아랫집 부부 공효진과 김동욱은 단 한 번의 저녁 식탁에서 마주 앉는 순간, 관계의 흐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이하늬가 연기하는 최수경은 단정하고 지적인 정신과 전문의이자 멘탈 코치로, 겉으로는 다정하고 품위 있지만, 부부 생활에서는 욕망과 도발을 숨기지 않는 인물이다.

출연 제안은 공효진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하늬는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출연을 망설였다. 2주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그 뒤 합류하겠다고 했죠. 하정우 선배가 가차 없이 저를 깠을 때는 당황했어요. '1주도 안 돼요?' 막 이랬죠"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의 매력과 한국영화의 새로운 포인트가 될 작품이라는 판단으로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편에게 진짜 미안하다고 하면서 익스큐즈를 구했죠. 특히 엄마로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늘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하정우에게 캐스팅에 대해 직접 물어본 일화를 소개하며, "출연을 재는지 안 재는지 배우는 금세 알 수 있어요. 이 작품이 하정우에게도 소중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윗집 사람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촬영 일주일 전, 이하늬는 둘째 임신 사실을 알았다. 그는 "촬영 1주일 전 임신을 알게 됐다. 내가 본 '두 줄'이 믿을 수가 없었다. 밤이었는데 산부인과에 달려가서 당직 선생님께 확인을 부탁했고 정말 임신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처음엔 기뻐하기가 힘들었다. 약속해 놓은 것들이 있어서 곤란했다. 경력직이 무섭다고 한번 해봤으니 할 수 있다는 걸 아는거다. 뭐 어때 더 건강한 아이가 나올 수 있어 파이팅 하면서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하늬는 새벽 5시 반 촬영장에 나가 메이크업을 하고, 인천에서 집까지 2시간 이동을 반복하는 일상을 보냈다. "첫째 때도 비슷하게 혹사했지만, 이번에도 힘들었지만 즐겁게 해냈다. 아크로 요가와 액션 훈련을 하면서 몸이 무겁고 졸렸지만, 마사지도 하고 노래, 춤으로 잠을 깨우며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하정우 감독과의 협업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는 하정우에 대해 "아이디어가 번뜩이고 사람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고 했다. 이어 "촬영 현장은 늘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하정우 감독이니까 가능한 환경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우 간 신뢰와 서포트가 정말 컸다"고 덧붙였다.

철저한 사전 리딩과 리허설 덕분에 동선과 액션, 리액션까지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었고, 장면마다 배우들의 감정 표현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

그는 수경 캐릭터에 대해 "저도 보수적인 유교걸이라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당혹스러웠다. 낯선 단어들의 향연이었어요. 19금이 아니라 39금의 단어들이었다. 구글링을 하면서 하나씩 소화해 나갔다"고 말했다. 수경은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인물이다. 이하늬는 "수경과 김선생은 변태적이면서도 천사 같은 부부에요. 아랫집 현수와 정아는 현실적이어서 관객이 몰입할 수 있고, 수경과 김선생의 과감함은 충격과 신선함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하늬는 수경을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존재로 설정했다. "공감보다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 때문에 선택했어요. 수경은 돌아이 같고, 아무렇지 않게 이상한 말을 던지지만, 지적이고 우아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죠. 김선생과 함께 있을 때 두 사람의 균형을 잡는 중심이 바로 수경입니다. 따뜻한 권위를 가진 말투, 신뢰감 있는 제스처로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어요."

촬영 현장에서는 공효진과 김동욱과의 호흡도 빛났다. "공효진 언니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졌고, 현장을 엄마처럼 아우르는 에너지가 있어서 정말 놀랐어요. 김동욱의 현수는 화만 내는 것 같지만, 뒤돌아 화내는 장면에서도 사랑과 연민이 묻어나 짠하게 느껴졌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하늬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청소년관람불가 타이틀을 걸었지만 '윗집 사람들'은 야한 영화만은 아니다. 이하늬는 "외부의 이상한 판타지를 통해 깨진 관계가 다시 재봉합되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야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인간 관계의 진심과 따뜻함을 담았다.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손을 잡거나 작은 행동으로 풀어지는 무언의 언어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하늬는 "겉 표면만 보고 판단하면 19금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관계 속 근원적 외로움과 솔직함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부부든 친구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가 건강하게 독립적일 때 진정한 시너지가 나온다는 걸 보여준다. 촬영하면서 느낀 따뜻함과 캐릭터의 매력을 관객도 느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윗집 사람들'은 오는 12월 3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