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사람들' 김동욱 "하정우, 연기하다 컷!…적응 안돼 당황했죠" [인터뷰+]
입력
수정
배우 김동욱이 영화 '윗집 사람들'을 통해 하정우와 호흡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처음엔 정말 적응이 안 됐다"며 "내 연기가 틀렸다는 건지, 장면이 문제라는 건지 헷갈렸다"며 웃었다. 김동욱은 하정우가 배우이자 감독이기에 더 편안한 촬영 현장을 상상하며 갔다고. "직접 보니 연기를 하면서 감독을 하니 정말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하정우 감독은 정말 세심하게 배려해 줬습니다."
'윗집 사람들'은 평범한 층간소음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소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감춰진 부부 사이의 감정적 균열이다.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단 한 번의 저녁 식탁에서 마주 앉는 순간, 네 사람의 관계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정우는 감독과 배우를 겸하며 이야기의 호흡과 온도를 직접 조율했다. '로비'(2025), '허삼관'(2015), '롤러코스터'(2013)에 이어 그의 네 번째 연출작으로, 한국 영화에서는 드문 19금 부부 코미디 장르로 주목받는다.
김동욱이 연기한 이현수는 한때 촉망받는 독립영화 감독이었으나, 현재는 투자와 인정 사이에서 정체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겉으로는 시니컬한 태도를 보이지만 내면에는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예민함이 뒤섞여 있다. 영화 속 갈등은 매일 밤 윗집에서 들려오는 지나치게 활기찬 소음에서 시작된다. 잠을 이루지 못한 현수는 피로와 답답함을 쌓아가고, 어느 날 아내 정아(공효진)가 윗집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편함과 반감을 느낀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층간소음이 아니라, 아내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내적 갈등이다.
김동욱은 현수를 '하남자' 또는 '찌질남'으로 평가하는 시선에 대해 "맞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현수는 비겁하고, 사과를 못 하고, 감정을 쌓아두기만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참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을 거다. 정아가 사랑에 빠질 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어느 순간 망가질 수 있고, 무너질 수 있다. 현수는 그런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부부 사이의 균열이 갑작스러운 사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동욱은 "저렇게 되는 건 어느 한 순간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순간이 쌓여 그렇게 되는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수와 정아가 오랜 시간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결과가, 층간소음을 빌미로 터져 나온 셈이다.
또한 김동욱은 촬영 현장에서의 배우 간 호흡과 리딩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사량이 많고 템포가 중요한 장면이 많아서, 감독과 배우들이 여러 번 리딩하고 대본을 수정하며 최적의 흐름을 만들었다. 한두 번의 NG에도 긴장보다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순간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공효진과 호흡에 대해 "처음 연기하는 데 처음 연기하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 이미 한두달 연기 호흡을 맞춘 것 같은 느낌이다. 공효진 이라는 배우의 강점"이라고 칭찬했다. 아울러 "왜 공효진이 극사실주의 연기를 하는 배우로 손꼽히는지 알겠다. 낯선 호흡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모니터를 보면 정말 날것 같은 연기더라"라고 덧붙였다.
이하늬는 감사한 존재였다. 김동욱은 "하정우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하늬가 와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이하늬만이 가진 호흡과 에너지, 진지하고 우아하지만 엉뚱하고 뻔뻔한 톤. 모니터를 볼 때마다 감탄했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영화가 성인 코미디로 오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어른들의 야한 이야기만 오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현수와 정아처럼 평소 무심코 상처를 주는 대화나 행동이 누적돼 관계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이 이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되게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현수와 정아가 정말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김선생과 수경을 만나요. 속을 들여다보면 현수와 정아가 아니라 김선생과 수경이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한 삶을 살죠. 아이러니 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과 진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나인지, 나를 손가락질하는 저 사람인지. 관객들이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본다면 너무 좋고 감사할 것 같습니다."
'윗집 사람들'은 오는 12월 3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