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건의했더니…동일인 규제 강화 들고나와

공정위, 고강도 규제 예고

한경협 건의 정면으로 거부한 셈
상장 자회사 지분도 30%→50%로
사진=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일인(총수) 지정 제도 강화와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 등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기업들이 첨단 산업투자를 위해 낡은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더니 오히려 ‘규제 폭탄’이 나온 것이다.

주 위원장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일인 제도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동일인 범위 완화’ ‘형사처벌 규정 개선’ 등을 요청하자 오히려 규제와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공개한 것이다.

주 위원장은 신규 상장 자회사의 의무지분율을 3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에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만 보유하면 되지만, 이를 비상장사 수준인 5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신규 자금 조달이 상당 부분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2년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 당시 자회사 의무 지분율이 상향(상장사 20%→30%, 비상장 40%→50%)될 경우 주요 그룹의 주식 매입 비용을 17조6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소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자회사 보유 지분율 규제 상향은 사내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기업공개(IPO)를 할 때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모회사의 유상증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 위원장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적용되는 지분율을 산정할 때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하기로 했다. 기업으로선 공정위의 ‘현미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실제 지분은 20% 아래를 유지하면서 자사주로 경영권을 유지해왔다. 이런 기준이 적용되면 기업들은 규제 회피를 위해 자사주를 팔아 지배력을 낮춰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김대훈/하지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