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은행원이 영토 확장…iM뱅크 PRM, 기업대출 4조 돌파[딥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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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스]
지점장 출신 퇴직 은행원들 영입
'1인 영업' 방식으로 새 지역 개척
'텃밭' 대구·경북 벗어나 영역 확대
6년만에 기업대출 핵심역할 부상
PRM 전체 여신 실적은 5조 눈앞
채용인원 거듭 증가…100여명 포진
퇴직 은행원 재채용 모델로도 주목
iM뱅크는 일종의 1인 영업 체제인 ‘기업금융 전문 지점장’(PRM, Professional Relationship Manager)을 통해 실마리를 풀었다. 시중은행 지점장 등을 지내다 퇴직한 금융인들을 계약직인 PRM으로 채용해 '각개전투'로 신규 진출지역의 영업을 맡긴 것이다. PRM은 시작할 때만 해도 신선한 실험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4조원대 기업대출을 내는 수익원으로 올라섰다.
베테랑의 저력...'각개전투'로 기업고객 발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iM뱅크가 PRM을 통해 올린 기업대출 잔액은 4조75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첫 4조원대 진입으로 지난해 말(3조229억원)보다는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은행 전체 기업대출(36조431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까지 커졌다. 중도금 대출 등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여신 잔액은 4조7098억원으로 연말 5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PRM들은 도입 첫 해인 2019년 기업대출 실적 4165억원(잔액 기준)을 거둔 뒤 매년 그 규모를 빠르게 불려나갔다. 2023년 말 2조원(2조4125억원), 지난해 3조원(3조229억원)을 돌파했다. 30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전에 몸담은 대형 시중은행 간판 없이도 새로운 기업고객을 발굴해 실적을 내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9월 말 기준)까지 PRM이 유치한 기업대출 성장률은 연 평균 45.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은행 전체 기업대출 성장률(평균 4.4%)을 훌쩍 웃돈다.
PRM들이 새롭게 창출한 실적은 iM뱅크의 성장세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은행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36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했다. 가계대출 성장세가 정체됐음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기업대출을 늘린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이 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60.4%다.
반면 연체율은 0.49%(9월 말 기준)로 은행 전체(0.82%)보다 0.33%포인트 낮다. NPL은 0.18%다. 은행 전체 NPL(0.84%)을 한참 밑돈다. iM뱅크 관계자는 “PRM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6년간 수도권에서만 자산 규모를 연 평균 40% 이상 늘렸다”며 “영업망을 확대하면서도 리스크 관리에도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은퇴는 이르다'...재채용 성공사례로 '각광'
PRM은 iM뱅크가 대구은행 시절인 2019년 김태오 당시 DGB금융 회장(대구은행장 겸임)이 영토 확장전략으로 도입했다. 시중은행 등에서 퇴직한 지점장급 베테랑을 영입해 새롭게 진출하려는 지역의 기업 영업을 맡기는 게 핵심이다. 경기침체를 겪는 대구·경북 의존도를 줄이면서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신규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의도였다.한 사람의 영업력이 중요한 전략인 만큼 지점장 경력을 필수 지원 자격으로 내걸고 있다. 1금융권이나 신용보증기금·지역신보의 지점장으로 2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PRM 대부분은 정년퇴직한 50~60대 은행원이다. 일부 지역에선 70대도 활동하고 있다. 신입 은행원 수준의 기본연봉에 영업활동 경비를 받고, 직접 발로 뛰어 거둔 실적만큼 성과급을 별도로 받는 구조다. 억대 보수를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성과를 바탕으로 매년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PRM들이 내는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채용 인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98명이 활동 중이다. 황병우 iM금융 회장이 시중은행 전환의 핵심전략으로 삼은 지난해 선발 인원을 대폭 늘렸다.
황 회장은 “PRM은 퇴직한 금융 전문가들에게 다시 활약할 기회를 제공하는 iM금융만의 독창적인 재채용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은행의 성장 전략에서 주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
iM뱅크는 안착한 PRM과 함께 공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시중은행으로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르면 연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재무 상담 및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연중무휴로 24시간 자산관리 상담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 비대면 고객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내년부터는 모든 은행 지점에서 종이를 없애는 실험을 단계적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영업 현장의 관행적인 수기 문화를 없애 디지털 전환에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iM뱅크는 2030년까지 은행 앱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55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MAU는 201만7000명으로 올 들어 16.7% 늘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