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WTO 되살리자'…APEC 장관들 한 목소리 [APE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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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경주 선언에선 채택 실패
중국 겨냥 '고위험 전자상거래 화물 보안조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도
APEC 21개 회원 외교·통상 장관들은 합동각료회의(AMM)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무역 현안을 진전시키는 데 있어 WTO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며 “WTO에서 합의된 규범이 글로벌 무역 촉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WTO를 사실상 무시하는 관세 정책을 시행 중인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이견으로 정상회의 결과물인 ‘경주 선언’에는 빠진 대목이다.
장관들은 “WTO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오늘날 현실에 보다 적합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의미 있고 필수적이며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인정한다”고 했다. WTO는 무역 규범체계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무역 분쟁에 관한 일종의 재판소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분쟁 해결 기능은 현재 사실상 마비 상태며,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높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국적 디지털 서비스와 국경 간 전자거래의 촉진을 지지하면서도 보안조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장관들은 "고위험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화물에 대한 강력한 보안조치와 합법적인 전자상거래 무역의 원활화를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마약이나 위조 상품 등이 해외로 발송되는 사례가 잦은 상황이 반영된 문구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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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문구도 성명에 담겼다. 장관들은 "시장 주도적인 방식으로 아·태 지역의 경제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며, 이것이 APEC에 중요함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FTAAP 의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관한 이치마 성명에서 식별된 작업 분야들을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진전시키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FTAAP는 시장주도적이고 포괄적인 역내 경제통합을 추구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20여년 전 처음 제기된 후 지난해 이치마 성명으로 구체화·현대화됐다.
경주 APEC의 AMM 회의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달 29~30일 진행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상들의 APEC 경주 선언과 AMM 공동성명은 여러 차례 진통 끝에 이날 오전에야 최종 문구가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