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년 APEC 개최지로 선전 선택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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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경제 특구로 지정된 뒤 베이징·상하이와 함께 중국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산업로봇, 반도체, 첨단 제조장비 등 첨단기술 산업 경쟁력이 뛰어나 레드테크(중국의 최첨단기술)를 뽐내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선전은 광둥성 도시 중 국내총생산(GDP) 총액과 증가율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선전 GDP는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목표치였던 5.5%를 초과 달성했다.
올 들어서도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선전의 전기차 생산량은 전국 총생산의 20%를 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 단지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로봇 산업을 대표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의 '로봇 굴기'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기술 혁신이 맞물린 결과인데, 선전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선전에 등록된 로봇 회사는 7만4000여개에 달한다. 중국에서 단일 지역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중국 전체 로봇 기업의 6분의 1에 이르는 수치다. 허허벌판이었던 선전이 중국 로봇 산업 최전선으로 탈바꿈한 건 중국 정부의 과학 연구, 제조, 응용, 자본, 정책 분야의 공격적인 지원 덕분이다.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데도 이같은 배경과 경쟁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이날 경주 APEC 폐막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의장직을 인계받으면서 "아태 지역의 자유무역 발전, 네트워크 연결, 디지털 경제, AI 등 실질적 협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전이 아태 지역의 AI 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적합한 지역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앞서 중국은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두 차례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내년 개최지를 선전으로 결정한 데 대해 시 주석은 "아주 낙후한 지역에서 현재 현대화된 국제도시로 변모했다"며 "중국의 경제 발전이 가장 잘 드러나는 도시이자 중국이 이뤄낸 경제사적 기적"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