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식당로봇 1만대 '중국산'…개인정보 유출 경고음

美, 중국산 서비스 로봇 보안조사…해킹에 무방비

中 기업, 정보보호 관리 '구멍'
"고객 정보 무차별 수집 우려"

테러단체, 식당·병원 로봇 해킹
배터리 폭파·환자 공격 가능성
지난 8월 세계적인 화이트해커(해킹을 방어하는 전문가) ‘BobDaHacker’가 1000여 개 도시에 있는 여러 식당에 투입된 중국 푸두로보틱스의 서비스 로봇을 시험 삼아 해킹해 쉽게 뚫었다. 로봇의 이동 경로를 바꾸고, 수집한 데이터를 훔치는 건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로봇업계에선 “중국산 로봇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산 서비스 로봇의 보안·안보 위협 조사에 나선 배경이다.

◇일상에 들어온 중국산 서비스 로봇

9일 시장조사업체 버추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식당용 서비스 로봇’ 시장은 올해 15억1000만달러(약 2조1500억원)에서 2030년 38억6000만달러로 확대된다. 배달, 건물 청소용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518억달러에서 2037년께 2204억달러로 네 배 이상으로 커진다는 분석(시장조사업체 리서치네스터)도 있다.

단순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돼 최근엔 서비스 로봇이 식당을 넘어 병원과 관공서, 일반 기업에도 투입되고 있다. 식당용 서비스 로봇의 월 대여료는 한국 기준 25만~30만원으로 한 사람 인건비(최저임금 적용)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시장은 키논로보틱스, 푸두 등 중국 로봇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 점유율은 84.7%에 달한다. 식당용 서비스 로봇 시장만 놓고 보면 키논이 40.4%로 세계 1위다.

◇美 정부, 로봇 무기화 우려

서비스 로봇은 사람 곁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보안이 핵심 이슈다. 문제는 중국산 서비스 로봇의 보안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방부가 글로벌 서비스 로봇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중국산 서비스 로봇의 기술적 위험과 보안 문제 조사에 나선 이유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산 서비스 로봇 해킹을 통한 ‘무기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반미 성향 테러 집단이 미국 주요 도시 식당에 들어가 있는 중국산 로봇을 해킹해 배터리 폭파 지시를 내리거나 고객에게 돌진하게 할 수 있어서다. 병원에선 환자에게 다른 약물을 배달하도록 조종할 수 있다.

한 로봇업체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내 한 식당에서 중국산 서비스 로봇 여러 대에 장착된 배터리가 동시에 폭발한 사례가 있다”며 “로봇업계에선 해킹을 통한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나온다. 보안 전문가들은 중국산 서비스 로봇이 미국 정부에서 ‘백도어’(보안 프로그램을 우회해 정보를 수집하는 장치)를 내장했다고 의심하는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R사, A사 통신칩을 쓴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비스 로봇이 카메라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밖으로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중국 R사, A사 통신칩은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에서도 칩과 1~2㎞ 범위에 있으면 쉽게 해킹할 수 있다”고 했다.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 약관

중국 서비스 로봇 기업의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 약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보안 전문가들은 키논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대해 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 미공지, 데이터 국외 이전 시 보호 조치 미흡, 수집한 데이터 보유 기간 미공지 등이 선진 로봇 기업보다 허술하다고 설명한다.

업계는 중국산 서비스 로봇의 보안 문제가 ‘남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내에 보급된 식당용 서비스 로봇 1만6000여 대 중 1만 대가 중국산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로봇이 식당 고객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로봇 스타트업 고위 관계자는 “중국산 서비스 로봇 기업 서버가 중국에 있는 만큼 불법 수집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