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큰일 났다" 난리 난 10대들…충격 괴담에 술렁 [이슈+]

10대 SNS 중심으로 번진 '장기매매 괴담'
"악어 먹이로 준다" 황당 괴담까지 등장
전문가 "가짜뉴스 전형, 혐오 정서 키워"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시행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장기매매를 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괴담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즐겨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당 괴담이 공유되며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현재 인스타그램 근황. 10대들 사이에서 계속 퍼지는 중"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많이 퍼뜨려야 한다"며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를 첨부했다.

게시물에는 "얘들아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이상한 사람이 주는 거 받지 말고, 부모님께 어디 가는지 알리고 집에 일찍 들어가라. 이상한 중국 사람이 쫓아오면 신고해라. 누가 태워다 준다 해도 거절해라. 난 너희들이 너무 걱정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어 "중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졌는데,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성인·아이들 가리지 않고 납치해 장기매매를 한다. 심지어 살아 있는 채로 배를 갈라 장기를 꺼낸다고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어 "대한민국 큰일 났다. 중국 무비자를 막아야 한다"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재검토'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촉구했다.

또 다른 SNS에는 "엄마가 갑자기 중국인 조심하라고 해서 왜냐고 물었더니, 사람 잡아가 악어 먹이로 준다고 하더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한 남성이 흉기를 든 사진을 올리며 "벌써 무비자 입국 중국인이 떴다. 몸조심해라"라는 글을 남긴 사례도 보고됐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인 무비자 관광객을 거론하며 학교 앞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달 30일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작성자 추적에 나섰다. 문제의 글에는 "중국인 무비자 관광객이 내일(1일) 아침 7시 모든 학교 앞에서 칼부림함"이라는 문구가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에 게시자 IP를 추적하는 한편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등 안전 조치에 나섰다.

◇관광 특수 기대와 괴담 확산의 이중적 풍경

사진=뉴스1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해 15일 이내 체류 조건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따른 상호주의적 조치다. 우리나라가 중국 무비자 대상국에 포함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약 1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로 방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60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03만 명)의 약 3분의 2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8일)를 계기로 여행·유통업계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시행 직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반중 정서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반대 집회'가 열려 100여 명이 모여 "반중 멸공" 구호를 외쳤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또한 "중국인 범죄자 유입 가능성", "말레이시아 무비자 정책 실패 사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고위험군 입국자 검증 불가"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이번 무비자 입국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개방이 아니라, 사전에 법무부가 허가한 국내 여행사가 모집한 단체 관광객만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여행사는 입국 24시간 전(선박의 경우 36시간 전)까지 관광객 명단·체류지·여권 정보를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운영하는 '하이코리아' 시스템에 제출해야 한다. 하이코리아는 최근 발생한 국정 자원 화재와 무관하게 정상 운영 중이다.

사전 점검 과정에서 불법체류 전력이 있는 인원은 무비자 입국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비자로 들어오는) 관광객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여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여행사에도 책임을 부과했다. 단체 관광객이 여행사 직원과 공모해 이탈하는 경우 해당 여행사의 전담 지정은 즉시 취소된다.

◇전문가 "반중 정서, 혐오로 번지면 한국에 실익 없어"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소문을 넘어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고 혐오 정서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과 다른 정보가 온라인에서 유통되면 자국민 내부 결속이 강화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외국인 집단을 향한 혐오와 비방으로 이어진다"며 "역사적으로 반중 정서가 존재해왔지만 이를 정치인들까지 선동하는 분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 교류도 활발한 만큼, 반중 정서를 넘어 혐오와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사회 불안만 자극할 뿐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경쟁 구도, 그리고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거짓 정보와 공포심이 결합한 선동이 나타난다"며 "언론 자유는 보장하되 허위 사실 유포나 특정 집단을 혐오하게 만드는 발언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청소년들은 사고 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