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배송인데 도착날짜 모른다?"…'국가 전산 셧다운'에 대혼란 [현장+]
입력
수정
국가 전산망 마비 여파
월요일 전국 곳곳서 '불편한 출근'
○우체국·은행 업무 차질…연휴 직전 시민 불편 초래
이날 오전 일부 우체국에서는 신선 소포 접수가 불가능했고, 우체국 앱을 통한 등기우편·택배 배송조회 시스템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버 복구 과정에서 신시스템에서 구 시스템으로 임시 전환하면서 생긴 혼선 때문이다.이날 오전 9시30분께 경기 고양시의 한 우편취급국에는 김치, 쌀 등 추석 택배를 보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연휴 전에 물품이 도착해야 해서 월요일 아침부터 서두른 시민들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익일특급으로 접수해도 정확한 배송 시점은 장담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수도권 물류센터와 우편집중국도 주말 간 업무가 지연되며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안양우편물류센터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추석 앞두고 엄청 바쁘다던데 화재 여파인지 오히려 평소보다 물량이 줄어든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은행에서도 실물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이 막히면서 대출과 각종 서류 발급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경기 용인시의 한 기업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행원 이모씨(30)는 "오전에 실물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이 되지 않고 운전면허증만 돼 다수의 어르신이 불편을 호소했다"며 "원래 월요일에 손님이 많은 편인데 보유 주택 수 조회가 안 돼서 신규 대출 업무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복구 총력"이라지만…공무원 업무 마비 당분간 지속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는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197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행정 처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온나라시스템 등 공무원 내부망이 마비되면서 부처들은 수기로 문서 대장을 작성하거나 외부 메신저를 활용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에선 출장 결재, 예산 집행, 대외 협의 문서를 종이로 작성하는 실정이다. 일부 부처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기재한 수기 장부를 비치해 초과 근무 여부까지 수동으로 기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소속의 공무원 한모씨(35)는 "내부 이메일과 채팅 기능이 먹통이라 카카오톡을 깔고 소통하고 있다"며 "업무 노트북에 사설 메신저를 깔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고3 담임으로 근무하는 교사 박모씨(41)는 "전문대 1차 수시 원서 접수가 내일까지라, 나이스 등 교육부 전산이 복구 안될까 봐 주말 내내 걱정했다"며 "대다수 업무는 정상 가동 상태이지만 한부모가정 증명 등을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추가제출 해야 하는 대학들이 있어 일부 대학에 제출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행안부는 지난 26일 불이 난 이후 나흘이 지난 이날 오후 2시에서야 전소된 전산실 내에 있던 96개 시스템 목록을 공개했다. 국가정보관리원 대구센터로 이전해야 해 재가동 시점이 불투명한 시스템들이다. 앞서 주말 동안 이 목록이 공개되지 않아 민원이 가중되고 현장에서도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명하게 상황을 공개하고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리/김다빈/김유진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