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 운 띄운 李대통령…사회적 대화로 성과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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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첫 회동
"노사가 만나 터놓고 논의해야"
경직된 고용이 외주화 부추겨
유연성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
주 4.5일·정년연장·근기법 확대
양대 노총 '노동계 숙원' 쏟아내
경제계와 입장차 좁히는게 관건
◇사회안전망 확충 전제로 유연성 확보
이 대통령이 이날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 안전망 문제, 기업 부담 문제,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를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운을 띄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제계는 경기 변동이나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인력 규모와 고용 형태를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노동계는 고용 불안정성이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파견·용역, 계약직 같은 비정규직 채용, 성과에 따른 임금 조정, 탄력근로제 등을 경제계는 요구하지만, 노동계는 고용 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
이 대통령이 고용 안정·유연성을 얘기하면서 사회 안전망과 기업 부담을 언급한 것은 경제계 요구가 일정 부분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논의하되,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을 만나 “기업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면 생산성이 오른다”며 생산성 증대로 인한 이익 일부를 사회 안전망 확충에 쓰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비공개 대화에서 고용 유연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더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전했다. 다만 노동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 4.5일·정년연장 요구 쏟아낸 노동계
양대 노총 위원장은 이날 이 대통령에게 주 4.5일 근로제 도입, 법정 정년연장,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 노동계 숙원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주 4.5일제 도입을 공약했지만 경제계는 인건비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고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법정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늘릴 것도 요구했다. 경제계는 임금 체계 개편과 함께 퇴직 후 재고용 방식으로 ‘일하는 기간’을 늘려야 청년 고용 감소와 인건비 증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연금 수급 시점(2033년 65세)에 맞춰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후위기와 불평등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면적인 노정(勞政) 교섭을 제안한다”고 했다. 한 노동계 인사는 “노정 교섭이란 예컨대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와 교섭해 보건 분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등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가 사용자 대신 나서라는 의미”라고 했다.
한재영/곽용희/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