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각가 사칭한 사기꾼, 中 조각상에 청도군도 당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캡처
프랑스 파리7대학 명예교수라며 '세계적인 조각가'를 사칭한 최모씨(71)의 범행이 지역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8민사단독 고종완 부장판사는 경북 청도군이 유명 조각가 행세를 하며 작품비로 수억 원을 가로챈 최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2억9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했다.

최씨는 2023년 5월 청도군 신화랑풍류마을과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공원에 조각상과 상징물 20점을 납품하기로 계약하고 2억9700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청도군 직원들에게 '파리대학 명예 종신교수이며, 로만 가톨릭 예술원 정회원이고, 세계 20여개국 200여곳의 미술관과 성당에 작품을 설치했다'고 속였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 바티칸 조형미술 연구소 고문, 평창올림픽 문화예술계 홍보대사, 로마 라테라노 성인상 제작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최씨가 내세운 경력은 모두 거짓이었고, 해외 활동 이력은 물론 이탈리아산 '비앙코 카라라' 대리석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조각상은 중국 허베이성 석가장(스좌좡) 지역 공장에서 주문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도군은 최씨가 전남 신안군이 약 19억원을 들여 설치한 천사상 300여 점을 제작했고, 그가 운영하는 영월종교미술박물관도 유명 관광지였던 데다 그가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다는 점 등에서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캡처
최씨의 경력도 허위로 밝혀졌다. 그는 사기죄로 여러 차례 복역했고, 수감 중에 검정고시를 쳐 고교 졸업 학력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파리 제7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다고 한 시기에 그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신안군에도 현재 불똥이 튄 상태다. 섬 일대 관광자원화를 고민하던 당시 박우량 군수는 2018년 재선 직후 평소 친분이 있던 최씨와 함께 '천사상' 설치에 본격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군은 약 19억 원을 들여 신안 곳곳에 천사상 318점과 조형물 3점 등 총 321점을 설치했다. 하지만 신안군도 청도군처럼 최씨가 졸업증명서 제출 등의 차일피일 미루면서 경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안군은 허위 이력으로 군을 기망한 혐의(사기)를 수사해달라며 최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수사기관은 최씨를 기소했고, 청도 사건과 병합돼 공판이 열렸다. 다만 법원은 신안군을 상대로 한 최씨의 사기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신안군이 최씨의 명성, 경력이나 이력과 상관없이 작품 가격과 상징성을 더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