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 직원 "靑 직접 지시 없었다"…文정부 주택통계 조작 의혹 또 반박

檢, 조작→수정 공소내용 번복후
靑행정관·부동산원 카톡 첫 공개
"외압 없었다" 주장에 힘실려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사건에서 검찰이 기존 공소 내용을 ‘조작’에서 ‘수정’으로 자진 번복한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관련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대전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병만)에서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차관 등의 통계법 위반·직권남용 혐의 4차 공판이 열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주택통계를 125차례 조작(수정)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주택통계 실무를 맡았던 부동산원 직원 A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외압에 따른 주택 가격 임의 수정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A씨와 청와대 행정관 B씨 간 카카오톡 대화가 처음 공개됐다. 대화 내용을 보면 알려진 것과 달리 청와대의 직접적인 가격 수정 지시는 없었다. B씨는 A씨에게 강남·마포 등 주요 거래 지역에 한정됐던 주간 현장점검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라고만 지시했다.

수차례 가격이 수정된 경위에 대해 A씨는 “지역별 지원에서 입력한 가격을 본사가 보정하는 건 오랜 관행으로 실거래가 반영을 위한 기술적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정확한 주택가격을 파악하기 위해 표준으로 꼽히는 한국부동산원 통계와 KB주택가격지수를 교차 활용하고 평균적인 산정을 위해 과거 거래가나 호가 등 다양한 수치를 참고해 보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이 절차가 정당한 검토였는지 통계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향후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2023년 9월 감사에서 본원의 임의 수정을 위법으로 판단했고 검찰도 이 같은 감사 결과를 근거로 기소했다. 감사원은 ‘정치 감사’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 내용을 스스로 뒤집으면서 정권 교체 이후 여권 인사를 겨냥한 다른 사건에서도 검찰의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 태스크포스’는 지난달 23일 이 사건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우선 규명 대상 사건으로 정했다.

대전=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