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출범 첫 달 범죄에 악용된 법인의 해산을 법원에 청구한 건수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검사 인력이 줄고 업무가 공판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범죄에 쓰인 회사를 찾아내 퇴출하는 등 ‘공익대표’ 기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가 범행 차단하는 역할

8일 공소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공소청의 법인해산명령 청구는 9건으로 지난해 10월(19건)보다 52.6% 감소했다. 월별로는 지난 7월 37건, 8월 26건, 9월 11건 등 꾸준히 줄었다. 연간 청구 건수는 지난해 291건, 올해 1~10월은 219건이다. 지난해 1~10월(268건)보다 18.3% 적다.

공소청 첫 달 법인해산 청구건수 '반토막'
법인해산명령 청구는 검사가 불법 목적으로 설립되거나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회사의 해산을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대표자나 조직원을 처벌하더라도 법인이 남아 있으면 명의와 계좌 등이 추가 범행에 이용될 수 있어 형사처벌과 별도로 범죄 기반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해산명령이 내려진 무허가 보증보험업체 K법인의 임직원은 보증보험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는데도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채무이행을 보증하는 보험증서를 발행하고 수수료 약 3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임직원들이 형사처벌됐지만 법인이 해산되지 않으면서 피해가 계속됐다.

법인해산 청구 감소의 배경으로는 검사 인력 감축과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사건 발굴 방식의 변화가 꼽힌다. 법인해산은 형사사건 처리에 자동으로 뒤따르는 절차가 아니다. 검사가 범죄에 악용된 법인을 찾아 설립 목적과 운영 실태 등을 검토한 뒤 별도로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공소청은 지난달 2일 법정 검사 정원 2292명의 80~85% 수준인 약 1900명으로 출범했다. 법무부는 중대범죄수사청 이동과 사직에 따른 결원을 충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형사부 등의 검사 인력 일부를 공판부로 재배치해 재판부 한 곳에 공판검사 한 명을 배치하겠다고도 밝혔다. 공판검사는 법정에서 증거 제출과 증인신문 등으로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사·기소 분리로 직접수사 과정에서 해산 대상 법인을 찾아내던 경로도 사라졌다. 기존에는 검사가 직접 확보한 자료로 법인해산을 검토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경찰과 중수청이 넘긴 기록에서 대상 법인을 추려야 한다. 줄어든 인력으로 다른 기관 수사기록을 검토하며 해산 사유까지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공익대표 조직 확대할 것”

공소청은 법인해산뿐 아니라 친권상실·후견청구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공익대표 업무도 맡고 있다. 올해 1~10월 법인해산 외에 친권상실·미성년후견 16건, 실종선고·취소 6건, 성년·한정후견과 상속재산관리인 각 4건, 부재자재산관리인 1건, 기타 2건 등 31건을 청구했다.

공소청은 사법체계 전환을 계기로 공익대표 기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올 상반기 공익대표 업무 처리 지침을 예규로 마련하고, 공인전문검사 인증 분야에 공익대표를 추가한 데 이어 8월 공익대표 전담팀을 확대했다.

공소청 관계자는 “그동안 검사 업무가 공소 유지에 치우친 측면이 있었지만, 법인의 범죄 재사용을 막고 범죄수익 환수와 재산동결 등을 통해 범죄 기반을 차단하는 역할도 최근 중요해졌다”며 “공익대표 업무 포상을 시행하면서 검사들 사이에서도 이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