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미국 장기국채 매입은 한·미 동맹을 한 차원 확장할 실용적 선택이다. 통상과 안보에 더해 한·미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되는 금융 협력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미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고, 미국도 반색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 부담과 장기금리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한때 연 5.6%를 돌파했고, 일본과 중국 등은 자국 사정으로 미 국채를 대거 팔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매수자로 나선다면 미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도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간접 효과를 보게 된다. 미 국채는 세계에서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안전자산이다. 미국 경제가 어려울 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점도 부각할 수 있다. 동맹이 어려울 때 나섰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관세 압박 등을 방어하는 협상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국채 매입은 철저히 경제적 합리성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 장기채는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위험이 크다. 외환보유액의 유동성과 안전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의 중간선거 참패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외환보유액 운용 전략은 거시경제 안정을 지키는 고도의 포석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구상을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미 국채시장의 안정에 기여한다면 미국도 위기 때 한국의 달러 유동성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협력에 나설 명분이 커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이 한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배경에도 금융 안정의 상호 의존성이 있었다. 해외의 달러 유동성 위기가 미 국채 매각을 불러 미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리버스 스필오버(역파급효과)’ 위험을 공동 관리할 필요가 있다. Fed가 참여하는 한·미 재무·통화당국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