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상장기업의 자사주 보유·처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자사주 취득 목적과 활용 계획의 일관성, 일반주주 보호 절차 등을 따져 찬반을 결정한다.

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열린 제7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자사주 관련 의결권 행사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의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이 의결됐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개정 상법의 취지를 반영한 조치다.

이번 개정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그 필요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들인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경우 당초 취득 목적과의 일관성을 따지기로 했다.

막연한 경영상 필요성만 내세워서는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기 어려워진다. 자사주 보유·처분 근거를 정관에 신설할 때는 독립이사 심의나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일반주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지도 살핀다.

이번 개정은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주주총회부터 추진해온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침을 공식 지침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1~7월 국내 상장기업 주주총회에서 3508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해 1113건(31.73%)에 반대했다. 지난해 연간 반대 안건 721건(23.09%)을 이미 넘어섰다. 자사주 보유·처분계획 승인 안건에도 56건의 반대표를 던졌다.

위탁운용사에 대한 수탁자책임 평가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운용사 평가에서 수탁자책임 활동에 가점을 부여했지만, 앞으로는 정식 평가항목에 포함해 신규 선정과 자금 배정·회수에 활용한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 자산은 약 212조6000억원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탁자책임 이행 수준이 운용사의 자금 유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