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10년 생존율이다. 글로벌 평균 생존율(60~70%)을 크게 웃돈다. 윤영남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사진)는 치료 단계별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생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기증받은 심장이 잘못되면 한 생명을 살릴 기회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심장이식 수술은 두 명의 생명을 다루는 수술”이라며 “응급 환자가 잘 치료받고 병원을 걸어 나가는 순간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윤영남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심장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윤영남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심장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새 생명 선물하는 의사

윤영남 교수는 심장이식 수술로 새 생명을 선물하는 흉부외과 의사다. 심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말기 심부전 환자가 새 삶을 이어가도록 돕고 있다. 심장은 분당 60~100회가량 펌프질을 하면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낸다. 심장으로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근육 손상으로 펌프 기능을 못 하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

심장 질환은 환자의 상태, 연령 등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관상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환자는 다른 혈관으로 혈액의 우회로를 만드는 관상동맥우회술을 고려한다.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는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 또는 심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기계장치로 좌심실의 펌프 기능을 돕는 좌심실보조장치는 이식 대기 중 혈액순환을 유지하거나, 이식이 어려운 환자의 장기 치료에 활용한다. 윤 교수는 이처럼 혈관을 잇고, 펌프를 달고, 심장을 바꾸는 수술에 모두 참여한다.

심장이식 10년 생존율 80%…환자 맞춤 치료로 새 삶 선물
윤 교수가 심장이식 수술을 처음 집도한 것은 2007년이다. 초기부터 수술 성적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의 90%가량은 에크모(인공심폐기)를 착용할 정도로 기능이 많이 떨어진 고난도 환자다. 수술 후 생존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 신장이나 폐 등 다른 장기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에서 심장을 이식하면 수술 후 여러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심실보조장치 등 도입

수술 성적을 높이려면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를 좋게 유지해야 한다. 심장은 물론 환자 건강 상태가 나쁜 상황에서 이식 수술을 하면 성적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그는 수술 전 심실보조장치(VAD)를 넣어 환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 치료법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 심부전 환자 수술 치료법을 연구하는 의사 모임인 대한심부전외과학회를 2018년에 만든 것도 윤 교수다. 학회 창립 후 초대 회장을 맡아 에크모보다 VAD를 우선 활용하는 치료법을 표준화했다.

윤 교수는 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OPCAB)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의사로 꼽힌다. 최근 5년간 그가 집도한 관상동맥우회술은 100% 무심폐기 수술이다. 통상 관상동맥우회술을 할 땐 심장을 멈추고 인공심폐기를 넣어 심장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 인공심폐기를 쓰는 과정에서 전신 염증이나 신장 손상,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무심폐기 수술은 심장을 멈추지 않고 특수 장비를 활용해 심장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혈관을 잇는다. 고령층과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도 인공심폐기 사용에 따른 일부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데 더 유리하지만,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정교하게 수술해야 한다. 그는 “박출률 35% 미만인 중증 심부전 환자의 수술 사망률이 해외에선 5% 정도지만 세브란스병원은 2%도 안 된다”며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힘을 합쳐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춰 치료 방향을 정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됐다”고 했다.

“막연한 수술 두려움 버려야”

그는 2019년 베체트병으로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베체트병은 전신 혈관에 궤양이 생기는 질환이다. 당시 수술은 국내 첫 번째 성공 사례였다. 세계적으로도 다섯 건밖에 보고되지 않은 고난도 수술이다. 심부전을 앓던 세 형제가 차례로 윤 교수의 이식 수술대에 오른 사례도 있다.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은 삼형제는 이후 봉사활동에 힘쓰며 새 삶을 살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심부전 환자 연령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고령 환자를 치료할 때는 다양한 수술 옵션을 확보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윤 교수가 심부전 환자의 수술 프로토콜을 표준화하기 전엔 이식 환자 사망률이 25%에 이르기도 했다. 새 시스템을 만든 뒤 이 숫자는 5%로 급감했다.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을 고치는 방법으로도 환자를 살린 것이다. 세브란스병원뿐만이 아니다. 전국 각지의 병원에도 이런 프로토콜을 전수해 국내 심부전 환자 수술 성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그의 관심은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다. 관상동맥우회술은 갈비뼈 가로 라인을 따라 절개해 가슴에 큰 세로 흉터를 남기는 사례를 줄였다. 내년엔 로봇 수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심근 재생을 돕기 위해 수술할 때 성장촉진 인자 등을 넣는 연구도 하고 있다.

다른 병처럼 심장 질환도 일찍 발견해 치료해야 효과가 좋다. 가족 중 심장 질환 환자가 있거나 비만, 대사성 질환을 앓는 고위험군이라면 중년 이후 정밀 검사를 받아 심장 건강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 흡연자와 과음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는 “심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두려움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는 환자가 많다”며 “수술 직후 사망률은 1%도 되지 않고 대부분 장기 생존하는 만큼 막연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 약력

△1996년 연세대 의대 졸업
△2011년~현재 세브란스병원 교수
△2014년 8월~2020년 8월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과장
△2019년 1월~2024년 12월 대한심부전외과학회 회장
△2025년 1월~현재 대한관상동맥외과학회 이사장
△2026년 4월~현재 연세의료원 대외협력처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