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12차 본회의에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ㆍ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12차 본회의에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ㆍ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사법체계 사유화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6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시대 절대왕정을 꿈꾸는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민주당이 끝내 조작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집값과 전월세가 치솟고 국민은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로 절박한데, 집권여당의 머릿속에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은 특검법의 구조를 문제 삼았다. 그는 "민주당은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대통령 본인이 당사자인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그 특검을 대통령 자신이 임명하는 구조는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 수사 결과를 대통령에 대한 기존 기소와 재판을 뒤집을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며 "특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대통령 전용 사법 방어기구'나 다름없다"고 했다.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도 지적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 혈세가 300억원가량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고, 30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돼 최장 200일간 수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국가 예산과 수사 인력까지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동원하겠다는, 그야말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권력 남용"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권력 견제 장치도 끌어왔다. 오 시장은 "조선시대 왕조국가에도 왕권을 견제하기 위한 사간원·사헌부·홍문관의 '삼사(三司)' 제도가 있었다"며 "하물며 국민이 주인인 21세기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법을 만들고, 수사기관을 동원하고, 사법부의 판단까지 뒤흔들려 한다면 도대체 어느 시대의 통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 한 사람을 지키겠다고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뒤흔들고, 법치주의를 짓밟아 민주주의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무도한 폭주를 당장 멈추라"며 "국민의 분노를 끝내 외면하고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이재명 정권에 대한 민심의 준엄한 심판뿐"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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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소취소 조항은 뺐지만…특검엔 '수사·기소 분리' 예외

조작기소 특검법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국가정보원·감사원 등 국가기관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4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특검이 검찰에서 넘겨받은 사건의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수사 인력은 파견검사 20명을 포함해 최대 309명, 수사 기간은 준비기간을 포함해 최장 200일이다.

정부·여당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 분리를 밀어붙인 것과 달리, 이번 특검법은 특검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본회의에 오른 수정안에는 원안에 없던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형사소송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에게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도 개정 전 형사소송법을 따르도록 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생에 직결되는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전면 폐지하면서 '공소취소를 위한 특검'에는 수사와 기소 권한을 통째로 부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수사 대상을 정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만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예외"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전날 “10월 2일부터 검찰 제도가 없어졌고 수사·기소가 분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수사하지 않아야 하는 게 효율성과 공정성을 위해 좋다는 판단인데, 왜 한 달도 안 돼서 올린 특검법에는 검사가 수사하느냐"고 했다. 이어 "왜 자기들이 유리할 때는 검사 제도를 원용하느냐"고 지적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법사위에서 "일반 국민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절차에 의해 진행되는데, 대통령 관련 사건이라고 수사와 기소 권한이 결합된 특별검사가 수사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달 27일 "검찰 해체를 치적처럼 자랑해 온 이재명 정권은 그동안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로 특검을 애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임광현 비서실장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임광현 비서실장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안에서도 신중론…靑 "대통령 보호 아냐"

정부 안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4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특검에 검사를 파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데 공소청 검사가 참여하면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법사위원들도 지난 9월 "새 형사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며 특검 파견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한 선관위 특검법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청와대는 특검이 대통령 보호용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결정한 내용"이라며 "대통령을 보호하자는 게 아니라, 지난 시기 권한을 남용한 검찰 권력에 대한 수사"라고 말했다.

법안은 5일 본회의에 상정됐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민주당은 6일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