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늘려야 회사 큰다고?…AI 시대 달라진 ‘성공 공식’은 [글로벌인재포럼 2026]
기획자가 사업을 구상하고, 개발자가 제품을 만들고, 마케터가 고객을 모은다. 여러 분야의 인재를 모아야 회사를 세울 수 있다는 공식이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바뀌고 있다.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 기획부터 디자인·개발까지 맡으면서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도 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창업의 문턱이 낮아진 시대에 기업을 성장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를 모으고 이들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초기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후속 투자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의 ‘성장 VS 복지, 활력과 혁신, 도전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세션에서는 AI로 달라진 창업 환경과 기업가 정신을 되살릴 방안이 논의됐다. 배태준 한양대 창업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창업자와 학자, 투자자가 조직 운영과 사회안전망, 투자 생태계의 변화를 제언했다.
유주원 애드쉴드 창업자 겸 공동대표
유주원 애드쉴드 창업자 겸 공동대표

20여명으로 광고 매출 1000억원 복구…달라진 스타트업 조직

유주원 애드쉴드 창업자 겸 공동대표는 소수 정예 조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했다. 애드쉴드는 광고 차단 프로그램 때문에 인터넷 매체가 잃는 광고 수익을 복구하는 솔루션을 운영한다. 유 대표는 20명 남짓한 팀으로 고객사의 광고 매출을 연간 약 1000억원 복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AI가 스타트업의 조직 구성과 인재상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홈페이지 하나를 만들더라도 기획자와 디자이너, 개발자가 각자 역할을 나눠 맡았다. 이제는 AI를 활용해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정 기능을 잘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채용 인원을 늘리기보다 뛰어난 인재에게 보상을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소수 정예 조직의 목적은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는 것이다. 토론에서도 새로 합류한 직원에게 스톡옵션 등 충분한 보상을 제공해 공동창업자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AI 도입 자체가 경쟁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유 대표는 “AI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고 못했던 것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게 우리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경쟁사도 같은 도구를 쓰는 만큼 차별화와 경쟁우위 유지가 더 중요한 숙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제이슨 디멜로 미국로욜라메리마운트대(LMU) 경영대학교수
제이슨 디멜로 미국로욜라메리마운트대(LMU) 경영대학교수

“안전망은 '실패 비용', AI는 '시도 비용' 낮춘다”

제이슨 디멜로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영대학 교수는 AI가 낮춘 창업 문턱을 더 많은 사람의 기회로 연결하려면 실패 이후의 안전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망은 실패 비용을 낮추고, AI는 시도 비용을 낮춘다”며 두 비용이 함께 줄어들 때 막연한 꿈이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시도의 비용을 낮춘 사례로 자신의 수업을 소개했다. 개발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90분 만에 로스앤젤레스 지역 비영리단체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각자 단체를 조사한 뒤 AI와 함께 소개 페이지와 작은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했다. 디멜로 교수는 그날 얻은 가장 중요한 성과가 웹사이트 자체보다 ‘나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학생들의 자신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가 도전 의지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생계와 교육·의료비 걱정을 덜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할 시간과 자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를 유지하면서 창업할 수 있도록 한 프랑스에서 신생기업이 25% 늘었다는 연구도 소개했다.

디멜로 교수는 “사람들은 꿈꾸기를 멈추는 것이 아니다. 회복할 수 없는 실패에 직면했을 때 꿈을 좇기를 멈춘다”고 말했다. 기업 역시 실패한 창업이나 프로젝트를 경력의 흠으로 보기보다
경험으로 평가하고, 재도전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왜 나스닥에 진출하고 싶어 하나…자본을 따라가는 것”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창업 이후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자본에 주목했다. AI를 활용해 적은 인원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매출을 늘리는 기업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투자 생태계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명 대표는 “창업자들이 미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은 결국 자본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초기 투자를 열심히 하는데 후속으로 받을 투자가 거의 없다. 대규모 투자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해 초기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창업을 독려하고 돈을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자 곁에서 네트워크와 사업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이 어려워진 기업에도 투자 회수와 정리의 길을 열어줘야 창업자가 실패를 인정하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 대표는 토론에서 청년들이 서로 만나 자극받을 기회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교와 사회가 토론과 교류의 장을 마련해야 다른 사람의 경험을 배우고 자신의 아이디어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점점 사람을 모니터 앞에만 놔두면 계속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헤쳐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