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5일 오후 3시38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 장기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한 미 국채를 대거 사들여 미국 정부의 ‘백기사’로 나서는 동시에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과의 경제 동맹을 한층 강화해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고도의 패키지 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이 같은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고 미국도 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양국 재무부·중앙은행 ‘2+2 면담’에서도 미 국채 매입과 관련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프랜시스 브룩 재무부 부장관 등이 이례적으로 회동했다.

정확한 매입 규모는 정해놓지 않았지만 지난 10월 말 기준 4431억달러인 외환보유액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만한 규모의 미 국채를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수백억달러어치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은 8월 말 기준으로 미 국채 약 1342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액 기준으로 세계 18위다.

정부가 미 국채 대량 매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고환율 국면에서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560원 선까지 치솟는 등 과도한 쏠림을 보였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인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해 가격 부담 없이 미 국채를 사들일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도 환영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국채 금리가 뛰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유럽 등 주요 보유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한국의 국채 매입이 가격 방어에 작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성미/김익환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