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KAIST 교수
김정호 KAIST 교수
인공지능(AI)이 정보 검색과 문답을 넘어 반도체 설계와 검증까지 돕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차세대 반도체는 신호·전력·열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만큼 설계가 복잡하다. 이에 여러 전문 AI 에이전트를 투입해 설계 과정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테라랩(TERA Lab)’은 오는 11일 온라인 행사 ‘테라 AI 에이전트 데이’를 열고 반도체 설계에 적용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공개한다고 5일 밝혔다.

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엔지니어 한 명이 다수의 전문 AI를 지휘하는 ‘1인 다중 에이전트’ 청사진을 제시한다.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하나의 AI 모델에 맡기는 대신 업무별로 특화한 에이전트와 설계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각 에이전트가 전문 영역을 나눠 맡고, 필요한 단계에서는 사람이 직접 판단하고 개입한다.

학생 연구원들은 실제 연구에 적용한 사례를 발표한다. HBM과 차세대 메모리인 고대역폭플래시(HBF)의 신호 품질을 분석하는 에이전트, 여러 AI가 협력해 적층된 칩 사이를 연결하는 전극의 배치를 최적화하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테라랩은 학생 한 명당 2개 이상의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공학자와 개발자의 경쟁력은 전문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만드는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미래 연구자는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AI 에이전트 아키텍트’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