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 번째)와 지도부 의원들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 번째)와 지도부 의원들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에 대해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사과한 가운데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이 4일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공세를 폈다. 김 대표는 8·17 전당대회에서 상대 계파인 친청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해당 의혹을 거론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친청계가 취임 100일도 안 된 당대표를 상대로 예상보다 강도 높은 추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청계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죄송하다고 하면 말 몇 마디로 끝나는 문제인가"라며 "정당법 52조 2항은 당대표 경선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3자 비밀연합 의혹을 왜 공표했는지 정당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민수 최고위원도 "김 대표는 당원과 지지자에게 공개 사과하고 상응한 책임을 져라"고 압박했다.

이날 공개 최고위에 불참한 친청계 최민희 최고위원은 최고위가 끝난 시각 SNS를 통해 "비공개 최고위(공개 최고위에 앞서 열리는 회의)에서 김 대표로부터 신천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밝히며 "공개 최고위에서 피차 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지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판단해 참석하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전대에서 당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한 정청래 의원을 대상으로 3자 비밀연합 의혹을 거론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정 의원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친청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져 정 의원 측 반발이 컸다. 전대 이후엔 친명(친이재명)계 박선원 최고위원이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의혹을 조사했다. 당초 전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그 결과가 공유될 예정이었지만, 김 대표가 "의혹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격 사과하면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했다.

친청계가 정당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까지 거론하면서 당내 마찰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정당법은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징역형 여부나 벌금 수위에 따라 당대표 직위가 상실될 수 있다. 친청계가 김 대표를 상대로 사실상 대표 자격 여부를 따져 물은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반면 친명계 일부 의원들은 "김 대표가 이미 근거를 다 봤지만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과한 것"이라 주장하는 등 감정의 골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진들 우려는 커지는 분위기다. 5선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김 대표는 사전 소통 부족, 정 의원은 과유불급"이라며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울 것인가. 제발 대표가 사과했고 또 정리됐다고 하면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