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뉴스1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위원들이 4일 조작기소 특검법 상정을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영교 법사위원장에게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다가 거부당하자 집단 퇴장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조작기소 특검법을 "이재명 셀프 구제 특검법"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했다.

이날 여야 공방은 서 위원장이 예산안 제안 설명을 먼저 듣겠다며 야당의 의사진행발언 요구를 미루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구하려고 법안을 상정해 놓고 무슨 예산이냐"고 따지자 서 위원장은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잘하고 계신다. 예산안 상정 들어간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위원장 마음대로 진행할 거냐"고 항의하자 서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예산안이 국회로 왔으면 상정해서 심사하는 건 상임위의 기본"이라며 "의사진행발언이 정치적 공세로 간다면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재판 없애려고 하는 것 아니냐", "예산은 들러리"라고 소리치자 서 위원장은 "820조원 예산 중 법사위 소관 기관 예산이 약 9조원이다. 이게 들러리냐"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혼자서 다 해라. 공소취소 법안 다 통과시키고 알아서 해라", "앉아 있는 사람들끼리 마음대로 하라. 공소취소도 다 시키고 부귀영화 누려라"라고 말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서 위원장은 "회의를 그만 방해하고 나가서 상의하라"며 회의를 이어갔다.

특검법이 상정되자 박형수 국민의힘 간사만 회의장에 들어와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박 간사는 "당초 예산을 심의하기 위해 예정된 회의에 공소취소 특검법을 끼워 넣어 상정했다. 파행의 책임은 위원장에게 있다"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의 공소를 취소해 주겠다는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 하느냐. 권력자 편에 붙어 아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여기 다 모였느냐"고 따졌다.

그는 "공소취소 권한을 대통령이 넣으라고 하면 넣고 빼라고 하면 빼고, 국회가 대통령 하수인이냐"며 "기소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특검을 자기 사건의 피고인인 대통령이 임명한다. 심각한 이해충돌이고 그 자체로 특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고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언제까지 서슬 퍼런 권력이 계속될 것 같으냐"며 "법안 상정을 즉시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서 위원장은 "공소취소 내용은 있지도 않지만, 빼기로 한 건 알고 있어야 한다. 허위를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작기소 특검법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조작 기소에 대한 국정조사가 있었고, 증거 조작·사실 왜곡·법리 왜곡과 강압 수사 등 잘못된 것을 찾아내는 특검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간사는 "민주당이 야당과 아무런 협의 없이 공소취소 특검법을 일방 상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름부터 사기다. 실제로는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들의 형사사건을 없애기 위한 이재명 셀프 구제 특검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자기 사건의 기소 당부를 판단할 검사를 고르는 것이다. 국민 혈세로 차려주는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개인 로펌"이라며 "공소취소 조항 삭제는 방탄을 포기한 게 아니라 노골적인 방탄에서 한 단계 더 교묘한 방탄으로 수법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누구도 자기 재판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게 법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대통령이 자기 사건에 대한 특검을 직접 임명하는 것은 이해충돌 금지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했다. 이어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재판소원, 검찰청 폐지 등 법치 파괴의 전위부대 역할을 한 게 법사위"라며 "법사위의 한자를 바꿔야 한다. '맡을 사(司)'가 '죽을 사(死)'로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은 "17가지 수사 대상 중 15개가 이재명 피고인 관련이다. 사실상 이재명 1인을 위한 특별법"이라며 "공소취소라는 말만 뺐을 뿐 '공소유지 여부 결정'이라는 표현으로 특검이 공소유지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모호한 규정을 넣어 놨다"고 지적했다.

곽규택 의원은 "피고인 이재명의, 피고인 이재명에 의한, 피고인 이재명을 위한 특검법"이라며 "이화영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하니 재심 사유를 만들어 주려고 급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민전 의원은 "대한민국 그 어느 독재자도 자기 죄를 없애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편 조작기소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을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뒀다. 수사팀은 총 309명 규모이며, 수사 기간은 최장 200일이다. 특검·특검보·파견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하는 특례도 뒀다. 다만 기존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삭제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