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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형 적자"?…쿠팡, 대규모 과징금에 본업 수익성까지 '흔들' [종합]
3분기 영업손실 6423억원…화재 비용 빼도 2883억원 적자
공정위 제재 추가 변수…회사 측 "내년 본업 마진 회복"
공정위 제재 추가 변수…회사 측 "내년 본업 마진 회복"
물류망을 구축하고 시장을 넓히는 과정에서 감수했던 과거의 '계획된 적자'와는 양상이 달라졌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과 물류센터 화재 손실에 더해, 주력인 로켓배송 사업에서도 고객 회복을 위한 판촉비와 설비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 중인 배달앱 관련 사건까지 추가 비용으로 이어지면 연간 영업적자가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매출 늘었지만…화재 비용 빼도 적자
4일 쿠팡 모회사 쿠팡Inc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14조22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다. 달러 기준 매출 증가율은 7%, 환율 영향을 제외한 고정환율 기준으로는 11%였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 등을 포함한 프로덕트 커머스의 활성 고객은 2520만명으로 2% 늘었다. 고객 1인당 매출도 47만3930원으로 6% 증가했다.매출과 고객 지표가 개선됐지만 영업손실은 6423억원에 달했다. 지난 7월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 관련 비용 3540억원을 제외해도 2883억원 적자다. 외형 성장이 영업이익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올해 1분기 3545억원, 2분기 8350억원에 이어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영업손실은 1조8318억원으로 불어났다. 2023~2025년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합계 1조8987억원에 육박한다. 4분기 영업손실이 1682억원을 넘으면 연간 적자는 2조원을 웃돌게 된다.
2분기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약 6247억원의 과징금이 실적에 반영됐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6월 개인정보 유출과 법적 근거 없는 개인정보 수집 등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 등을 의결했다. 올해 누적 손실에는 이 같은 제재 비용과 화재 손실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로켓배송 마진 압박…고객 회복에도 비용
일회성 비용만으로 적자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주력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의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49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 감소했다. 매출 대비 조정 EBITDA 비율인 조정 EBITDA 마진도 4.6%로 약 4.2%포인트 낮아졌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 사고 이후 수요 회복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사고 이전의 수요를 예상하고 구축한 물류 설비에 비해 실제 주문량이 적어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고객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프로모션 지출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물동량이 당초 예상에 못 미치면서 공급망 운영 효율도 떨어졌다.
쿠팡은 3분기 '와우 멤버스데이'와 '메가뷰티쇼' 등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로켓배송 상품 수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품군과 할인 혜택을 확대하며 고객 확보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당장의 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식품·생활용품 제조사의 공급가격 인상도 유통업계가 지목하는 변수다. 직매입 상품의 매입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판매가격 인상을 억제하거나 할인 혜택을 확대하면 유통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올라간 납품가만큼 소비자가를 올리면 저항이 심한 데다, 탈팡 고객 회복이 중요한 쿠팡이 각종 기획전이나 프로모션 할인으로 싸게 팔아 손실이 커진 카테고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연결 매출원가율은 74.3%로 전년 동기 70.6%보다 높아졌다. 여기에는 화재로 발생한 재고 관련 비용도 포함됐다. 판매관리비 역시 전년 동기보다 17.7% 증가했다. 원가와 판촉비, 설비 고정비 부담이 겹치면서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은 악화했다.
공정위 심의 남아…과징금·반영 시점 변수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와 쿠팡의 끼워팔기 혐의를 심의하고 있다.
최혜대우 사건은 입점 음식점에 음식값과 최소주문금액,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앱보다 불리하지 않게 설정하도록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따르지 않은 음식점을 멤버십 회원 대상 무료배달 혜택 매장에서 제외했다는 게 공정위 심사관 측 판단이다. 끼워팔기 사건은 통합회원 가입과 앱 연결 구조, 와우 멤버십을 통한 서비스 결합이 쿠팡이츠 이용을 강제하고 경쟁을 제한했는지가 쟁점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쿠팡이 최혜대우 사건과 관련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기각했다. 쿠팡이 제시한 4년간 600억원 규모 지원 방안으로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본안 심의에서 위법 여부와 제재 수위를 판단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공개된 최혜대우 사건의 예상 과징금은 250억~420억원이었다. 별도 끼워팔기 사건은 심사보고서상 관련 매출액 약 5조2600억원에 과징금 상한율 4%를 단순 적용하면 약 2104억원이 된다. 이는 상한 기준 추산으로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최종 위법 판단과 산정 기준, 감경 여부 등에 따라 실제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추가 과징금이 부과되고 올해 비용으로 인식되면 손실 확대 요인이 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규제당국의 대규모 과징금 처분은 사후 취소되거나 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고객 신뢰 기반의 유통기업은 처분 공표 즉시 치명적인 낙인효과를 입어, 추후 재판 과정을 통해 처분이 뒤집혀도 훼손된 브랜드 가치와 유무형 손실을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내년 회복"…대만 투자는 확대
쿠팡 경영진은 본업의 수익성 저하를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개인정보 사고 이후 이탈했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고객의 영향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고객 유입이 이탈 규모를 메우고 있지만, 신규 고객의 지출이 기존 고객 수준으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수요 회복에 따라 설비 가동률과 공급망 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중반 성장률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프로덕트 커머스 마진이 사고 이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4분기에는 매출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 고정환율 기준 연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3~1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증가율인 11%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결 조정 EBITDA 마진은 본업의 회복과 마케팅 비용 감소 등을 반영해 전 분기보다 0.5~1.5%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대만 등 성장사업에서는 투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3분기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약 16억달러였지만 조정 EBITDA 손실은 2억69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5000만달러 늘었다. 사업 확장과 추가 투자에 따른 것이다. 국내 본업의 수익성 회복 속도와 해외 투자 규모가 향후 연결 실적을 좌우할 변수다.
아난드 CFO는 성장사업의 연간 조정 EBITDA 손실 전망 상단을 기존 10억달러에서 5000만~1억달러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실 상단은 10억5000만~11억달러로 확대된다. 그는 "이는 주로 대만 내 인프라 구축에 따른 것"이라며 "차별화된 배송 경험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확장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