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로열티 금융상품’이 글로벌 대체투자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저작권료 등 수입이 발생하는 IP를 여러 개 묶어 펀드로 조성하는 방식이다.

3일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파트너스그룹에 따르면 세계 로열티 금융상품시장 규모는 2조달러(약 2680조원)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분야만 4500억달러(약 603조원)에 달한다. 로열티 금융상품이 담는 IP는 음악, 영화만이 아니다. 제약, 천연가스, 친환경 금속, 스포츠, 브랜드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파트너스그룹은 저작권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로열티 담보 채권 상품까지 갖추고 있다. 다양한 IP에 투자해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것이 로열티 금융상품의 장점으로 꼽힌다.

기관투자가(LP)가 펀드에 돈을 맡기면 운용사(GP)가 이 자금으로 저작권자의 로열티 수익을 살 권리를 확보하는 게 첫 단계다. 음원 유통사와 제작사는 콘텐츠를 계속 활용하고, 매출 일부를 로열티로 GP에 지급한다. GP는 이 수익을 LP에 나눠준다. 저작권자는 미래 수익을 미리 현금화할 수 있고, 투자자는 장기간 로열티에 따른 수익을 정산받는 구조다.

해외에서는 이런 금융상품이 일찍부터 등장했다. 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1997년 앨범 25장의 로열티를 기초자산으로 5500만달러 규모의 ‘보위 본 드’를 발행했다. 2018년에는 음악 저작권 관련 펀드인 힙노시스 송스 펀드가 영국 런던증시에 상장됐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흥행이 이어지자 글로벌 LP의 관심은 K콘텐츠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금융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뮤직카우 등 음악 저작권료 투자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현재까지는 개별 저작권과 프로젝트 중심의 거래가 대부분이다. 사업성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저작권료가 꾸준히 들어온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금융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익이 얼마나 날지, 저작권을 지속해서 사고팔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여러 콘텐츠를 묶어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을 낼 만큼 규모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한 글로벌 GP 관계자는 “아직 국내 콘텐츠 IP만으로는 수익성을 갖춘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렵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추세로 시장이 커지면 글로벌 대체투자 큰손이 한국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