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생명체를 형상화한 도조와 분청 작품이 전시된 ‘어 플레이스 위 이매진드’.
상상 속 생명체를 형상화한 도조와 분청 작품이 전시된 ‘어 플레이스 위 이매진드’.
남산을 벗삼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곳곳에는 특이한 형상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흙을 뭉친 모양 같기도 하고, 토끼나 거북이 같은 동물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들 작품은 모두 한국 현대 도예계 선구자로 알려진 신상호 작가가 제작한 것이다. 1993년 호텔 리노베이션 당시 작가가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의뢰를 받고 작업한 도조(도자 조각, 陶彫)들이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곳에서는 신상호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 ‘어 플레이스 위 이매진드(A Place We Imagined)’가 열리고 있다. ‘흙의 조각가’ 신 작가는 30년 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작품 제작 의뢰를 받았던 순간을 “내 인생을 바꿔놓은 중요한 경험”이라고 회상했다.

신 작가는 지난 2월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60여 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집약한 회고전도 성황리에 마쳤다.

전시회는 유럽 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장난감 가게와 같은 공간과 책장 및 골동품, 도자기 등으로 꾸며진 공간으로 나뉜다. 모두 작가가 소장한 물품들로 꾸민 공간이다. 전시회를 함께 기획한 작가의 딸 신사랑 디렉터는 “아버지는 작품 활동 내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오신 만큼 이번에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전시에 도전하고 싶어 하셨다”며 “호텔이라는 공간의 특성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고려해 이곳을 찾은 가족들이 ‘이게 작품일까, 장난감일까’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5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