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금수저 화가'.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이대원의 이미지다. 밝고 환한 그의 작품이 굴곡 하나 없는 그의 인생 덕분에 가능했으리라 믿는 이들이다. 하지만 동서양의 특징을 한 폭의 캔버스에 담아낸 작가의 발자취는 이 단편적인 한 마디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고 집요했다.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MMCA) 덕수궁관에서 이대원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보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작가의 70년 화업을 돌아보는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다.이대원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사과나무와 배나무, 산과 들, 담벼락 등을 화폭에 담아 '농원의 화가'로 불렸고, 빨강·노랑·분홍·초록 등 강렬한 원색을 구사해 '색채의 화가'로 기억되곤 한다. 경성제국대 법대를 졸업하고 유복한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간 이력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팔자 좋은 화가’ ‘행복한 화가’라는 이미지가 씌워지기도 했다.이번 전시에서는 화가의 평안한 삶 이면의 모습을 조명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대원은 뛰어난 화가인 동시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한 미술교육자이자, 문화행정과 외교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의 토대를 다진 문화지식인이었다”며 “이번 전시에서 화려한 풍경화가로 기억되는 그의 삶 이면에 자리한 치열한 조형 언어에 대한 탐구와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구축한 선구자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전시는 네 개의 전시실에서 70년 화업을 연대기 순으로 살핀다. 1930년대 초기작부터 말년에 완성한 길이 7m의 대작에 이르기
입지 않는 옷은 쓰레기가 된다. 매년 수만 톤의 헌 옷이 모이는 칠레 북부 사막에는 폐의류가 모여 만든 산이 생겼다. 하지만 버려진 옷도 누군가의 손에 예술이 된다. 연진영 작가가 그렇다. 남은 원단 등으로 아트가구와 미술품을 만든다.서울 신사동 갤러리느와에서 열리고 있는 연진영 작가의 개인전 ‘이불집 IBULJIP : BLANKET FORT’엔 알루미늄 파이프와 에어백, 패딩 점퍼 등 산업 소재와 폐섬유가 침구로 바뀐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갤러리느와는 패션브랜드 송지오(SONGZIO)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 연 작가는 송지오의 의류 제작 과정에서 남은 원단을 퀼트 기법으로 이어 붙여 하나의 이불처럼 완성했다.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했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이불 가게를 자주 드나들며 자란 작가는 자연스럽게 원단과 섬유 등의 소재를 가까이 했다. 날씨에 취약한 이불은 비가 오는 날이면 눅눅하게 젖었고, 가게는 두 번이나 불이 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 경험을 살려 연 작가는 이불을 천막처럼 천장 가까이 매달고, 일부러 불에 그을린 흔적을 남겼다. “장마철이면 이불이 비에 맞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곤 했어요. 어릴 적 축축한 이불에서 느꼈던 시각과 촉각, 후각의 기억을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해 보고 싶었습니다.”전시장 곳곳에는 이불 속에 몸을 숨긴 아이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놓여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본 기억이 있다. 이불이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 때문이다. 그는 “어른이 돼서도 이불 속에 들어간다는 건 위안인 동시에 또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통로와도 같다”며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는
입지 않는 옷은 쓰레기가 된다. 매년 수만 톤의 헌 옷이 모이는 칠레 북부 사막에는 폐의류가 모여 만든 산이 생겼다. 하지만 버려진 옷도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예술이 된다. 연진영은 남은 원단 등으로 아트퍼니처와 설치미술품을 만든다.서울 신사동 갤러리느와에서 연진영 작가의 개인전 ‘이불집 IBULJIP : BLANKET FORT’이 진행된다. 갤러리느와는 패션브랜드 송지오(SONGZIO)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알루미늄 파이프와 에어백, 패딩 점퍼 등 산업 소재와 폐섬유를 활용해 작업해온 연진영은 이번 전시에서 '이불'을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송지오의 의류 제작 과정에서 남은 원단을 퀼트 기법으로 이어 붙여 하나의 이불처럼 완성한 작품들이다.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했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이불 가게를 자주 드나들며 자란 작가는 자연스럽게 원단과 섬유 등의 소재를 가까이 했다. 날씨에 취약한 이불은 비가 오는 날이면 눅눅하게 젖었고, 가게는 두 번이나 불이 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당시의 경험을 살려 작가는 이불을 천막처럼 천장 가까이 매달고, 일부러 불에 그을린 흔적을 남겼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장마철이면 이불이 비에 맞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곤 했다”며 “어릴 적 축축한 이불에서 느꼈던 시각과 촉각, 후각의 기억을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전시장 곳곳에는 이불 속에 몸을 숨긴 아이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놓여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본 기억이 있다. 이불이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 때문이다. 연진영은 "어른이 돼서도 이불 속에 들어간다는 건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DIA)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술품을 기증받았다. 디트로이트의 컬렉터 길버트 B. 실버맨과 라일라 실버맨 부부의 소장품 2000여 점이 DIA 컬렉션에 새롭게 추가됐다. DIA 관계자는 오는 11월부터 일부 기증작을 순차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기증품은 총 6개 분야로 나뉜다. DIA의 현대 및 동시대 미술, 아프리카계 미국인 미술, 미국 미술, 유럽 조각 및 장식 미술, 아메리카 원주민 미술, 그리고 판화·소묘·사진 부문에 새로운 작품들이 더해진다. 회화와 조각은 물론 사진, 가구, 장신구, 영상 및 뉴미디어 아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포함됐다.이번 기증의 하이라이트는 플럭서스(Fluxus) 컬렉션이다. 기증자인 실버맨 부부는 백남준과 요셉 보이스 등이 참여한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에 관심을 두고 관련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해왔다. DIA는 지난 2008년 길버트 B. 및 라일라 실버맨 플럭서스 재단으로부터 130여점의 플럭서스 작품을 기증받은 데 이어, 이번 기증으로 플럭서스 컬렉션을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실버맨 부부의 유산으로 500여 명 작가의 작품이 DIA 소장품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DIA는 이번 기증을 통해 앤서니 곰리와 제니 홀저, 비토 아콘치, 다이앤 아버스, 레이철 화이트리드, 크리스토퍼 울의 작품을 처음으로 소장하게 됐다.개념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된다. 20세기 초 활동을 시작한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 요셉 보이스부터 지금까지 활발하게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제프 쿤스, 바바라 크루거, 글렌 라이곤, 브루스 나우만과 같은 동시대 개념미술가들의 작품이 DIA의 수장고를 채운다. 멕시코의 민중벽화
시계 컬렉터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셀러브리티는 누구일까요? 모두가 입 모아 한 명을 지목할 것입니다. 바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릭 클랩튼입니다. 클랩튼은 감미로운 목소리와 신이 내린 기타 연주 실력만큼이나 시계를 보는 안목과 취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나 있습니다. 그가 소유했던 시계 중 많은 것이 전설처럼 회자되곤 합니다.최근 필립스옥션 뉴욕 경매에 나온 그의 시계 두 점 중 한 점이 77억원에 낙찰됐습니다. 동일 모델로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는데요. 경매 시장에서 에릭 클랩튼의 이름은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습니다. 과연 어떤 점이 그의 독보적인 가치를 만들었을까요?에릭 클랩튼은 오늘날 수백억원의 빈티지 하이엔드 시계 수집 시장이 자리 잡기 전부터 시계를 즐겨 모았습니다. 일본산 쿼츠(배터리) 시계가 스위스 기계식 시계 시장을 위협하던 ‘쿼츠 위기’가 닥쳤을 때도 클랩튼은 확고한 취향으로 컬렉팅을 이어갔습니다. 또, 브랜드에 따로 주문을 넣어 제작한 특별 에디션은 컬렉션의 희소성과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롤렉스와 파텍 필립은 에릭 클랩튼의 컬렉션에서 중요한 두 축을 담당합니다. 클랩튼은 2000년대 초반부터 소장품 중 일부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요. 전 세계 단 두 점 중 하나인 파텍필립의 ‘레퍼런스 2499/100 플래티넘’과 서브다이얼까지 온통 은백색으로 이뤄져 ‘알비노’라는 애칭을 지닌 롤렉스의 ‘데이토나 레퍼런스 6263’가 대표적입니다.파텍 필립의 레퍼런스 2499/100 플래티넘은 2012년 크리스티 제네바 경매에서 363만 5808달러(당시 환율로 약 40억 원)에 롤렉스의 데이토나 레퍼런스 6263는 2015년 필립스 제네바
건포도 보관 창고에 탐정들이 들이닥쳤다.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마약도 무기도 아닌 건포도를 팔다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까.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군인들에게 공급하던 건포도 수요가 급감하면서 포도 농가가 어려움에 처했다. 미국은 농가를 보호하겠다는 명분 아래 1949년 건포도행정위원회(RAC)를 출범시켰다. RAC는 건포도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출하 보류를 택했다. 포도 농가에 일부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말라고 지시했다.캘리포니아에서 4대째 포도 농사를 짓던 로라·마빈 혼 부부는 이에 반발해 건포도를 모두 판매했고, RAC는 탐정까지 고용해 증거를 수집했다.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진 이 법정 다툼은 10년 넘게 이어지다 지난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부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막을 내렸다.이 이야기는 미국 공영 라디오(NPR)의 대표 경제 팟캐스트 ‘플래닛 머니(Planet money)’에 소개된 실제 사례다. 미국 정부가 ‘범용화의 덫’에 걸린 농민들을 도우려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플래닛 머니는 이처럼 경제학을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진행자 알렉스 마야시와 프로듀서 알렉스 골드마크는 때때로 경제 현장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유통막을 파악하겠다고 직접 음반사를 차리고,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통념에 도전하기 위해 정크 본드 채권을 구입하는 식이다.신간 <돈의 행성에서 살아남는 최소한의 경제학>은 두 저자의 통찰과 ‘플래닛 머니’의 대표 에피소드를 엮은 경제학 입문서다. 전세계 100만 명이 넘는 청취자를 보유한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1910~1987)의 붓글씨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1억원에 팔렸다.22일 케이옥션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7월 온라인 경매에서 이 작품은 총 37회의 응찰을 기록했다. 온라인 경매는 지난 11일부터 시작됐으나 마감 10분 전부터 금액이 치솟았다.마감일 오전 2800만원 수준이던 응찰가는 종료를 앞두고 6000만원을 넘어섰고, 마지막 두 응찰자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1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시작가 1500만원의 6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추정가는 1900만원∼4000만원으로 최고 추정가 2.5배에 달한다.이 서예 작품의 원래 주인은 교양 월간지 <샘터>의 창립자인 김재순(1923∼2016) 전 국회의장이다. 이병철 회장이 평소에 즐겨 쓰던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간다’는 의미의 구절을 먹으로 써 김재순 의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샘터 이사장실에 걸려 있던 이 글씨는 최근 <샘터>가 경영난으로 휴간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시장에 나왔다.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확장하는 축제가 열린다.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가 16일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을 개막했다. 이번 축제는 백남준의 이름을 걸고 여는 첫 번째 축제로,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은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백남준의 행성’이다. 1990년대 백남준은 우주와 행성에 집중했다. 축제는 작가가 선보인 행성 시리즈를 조명하는 것은 물론, 그 바탕에 깔린 동양 철학을 살펴본다. 전시와 퍼포먼스, 학술, 미디어 기술 실험, 참여 프로그램 다섯 갈래로 나누어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주와 세계를 돌아본다.전시 개막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미국 뉴욕 스토킹 아트센터에 설치된 백남준의 작품 ‘UFO를 기다리며’가 이번 축제 주제의 영감이 됐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1990년 눈에 잘 띄지 않는 센터 야외조각공원에 조각들을 놓았다. 나무와 덤불들 사이 설치한 텔레비전과 부처상, 자신의 얼굴을 본 딴 데드마스크는 무언가를 기다리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우주를 향한 작가의 상상력은 이번 축제에서 관객의 시선과 교차하며 재해석된다.박남희 관장은 “백남준 선생님은 동시대 젊은 피와 호흡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셨다”며 “백남준을 무대 삼아 더 많은 예술가가 협업하고 흥미롭게 놀아볼 수 있는 잔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페스티벌의 목표”라고 설명했다.백남준의 생전 바람대로 이번 축제에는 다양한 장르의 동시대 작가들이 참여해 활기를 더한다. 개막 당일 전통음악과 현대적 사운드를 결합한 임용주 퓨처사운드랩의 공연 &lsqu
패션 디자이너, 미술감독, 무대 연출가. 정구호라는 이름 앞엔 늘 여러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작가로 관람객 앞에 섰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전시 ‘白骨銅 백골동’에서 대표 연작 ‘공생’의 신작 15점을 선보인다.작품은 조선 시대 안방을 지키던 반닫이다. 원래 귀중품을 감추는 용도였던 이 가구를, 그는 나무 대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크릴로 다시 만들었다. 개막일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만난 정구호는 “속이 훤히 보이게 만들었지만 저 반닫이의 용도는 여전히 무언가를 숨기는 것”이라며 “남에게 드러내기 힘든 마음속 귀한 생각들을 꼭꼭 숨겨두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구호는 패션 브랜드 KUHO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2013년 브랜드를 떠난 뒤 무대와 미술, 의상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그가 총연출을 맡은 서울시무용단 ‘일무’는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베시 어워드’ 최우수 안무가·창작가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키아프 서울 2026’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맡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이런 수식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는 “타이틀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굵직한 프로젝트들 사이에서도 정구호는 반닫이 작업을 놓지 않았다. 2020년 개성반닫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작 ‘공생’을 처음 선보인 이후 꾸준히 이어왔다. 출발점은 영화 ‘황진이’ 미술감독 시절 우연히 마주한 사진 한 장이었다. 병풍 대신 새 배경을 찾던 그는 구한말 평양 기생이 개성반닫이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
건포도 보관 창고에 탐정들이 들이닥쳤다.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마약도 무기도 아닌 건포도를 팔다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까.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군인들에게 공급하던 건포도 수요가 급감하면서 포도 농가가 어려움에 처했다. 미국은 농가를 보호하겠다는 명분 하에 1949년 건포도행정위원회(RAC)를 출범시켰다. RAC는 건포도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출하 보류를 택했다. 포도 농가에 일부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말라고 지시했다.캘리포니아에서 4대째 포도 농사를 짓던 로라·마빈 혼 부부는 이에 반발해 건포도를 모두 판매했고, RAC는 탐정까지 고용해 증거를 수집했다.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진이 법정 다툼은 10년 넘게 이어지다 지난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부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막을 내렸다.이 이야기는 미국 공영 라디오(NPR)의 대표 경제 팟캐스트 ‘플래닛 머니(Planet money)’에 소개된 실제 사례다. 미국 정부가 ‘범용화의 덫’에 걸린 농민들을 도우려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플래닛 머니는 이처럼 경제학을 복잡한 이론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진행자 알렉스 마야시와 프로듀서 알렉스 골드마크는 때때로 경제 현장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유통막을 파악하겠다고 직접 음반사를 차리고,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통념에 도전하기 위해 정크 본드 채권을 구입하는 식이다.신간 <돈의 행성에서 살아남는 최소한의 경제학>은 두 저자의 통찰과 '플래닛 머니'의 대표 에피소드를 엮은 경제학 입문서다. 전세계 100만 명이 넘는 청취자를 보유한 이들의
국내 양대 미술품 7월 경매에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 출품된다.서울옥션은 오는 21일 서울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7월 경매를 연다. 총 104점으로 추정가는 64억원 규모다. 하이라이트 출품작은 지난 6월 작고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2018년작 ‘포커스 무빙(Focus Moving)’. 국내 경매에 처음 나온 이 포토그래픽 드로잉 작품은 시작가 5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높이가 2m에 달하는 대형 작업으로 호크니 특유의 역원근법과 실제 눈으로 보는 듯한 다각도의 시점을 구현하기 위해 육각형 캔버스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김환기가 뉴욕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린 전면점화 종이 작업도 경매에 나왔다. 김환기의 1970년작 ‘무제’는 추정가 1억7000만~3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외에 이강소의 2008년작 ‘비커밍(Becoming)-08064’(추정가 1억2000만~2억5000만원)와 백남준의 1995년작 ‘백남준Ⅰ’(추정가 9500만~2억원)도 출품됐다.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21일까지 희귀 한정판 포켓몬 카드를 전시한다. 국내 경매사가 포켓몬 카드 특별전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두 48종의 카드가 공개된다. 전시작 대부분이 카드 감정기관 PSA의 최고 등급인 ‘PSA 10 젬 민트(Gem Mint)’를 받은 카드다. 전 세계에 단 한 장뿐인 ‘반고흐 피카츄’와 중국 한정 발매 카드인 ‘뮤(Mew)’도 만날 수 있다. 경매에 오르지는 않지만 일부 카드는 별도 절차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케이옥션은 다음 날인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7월 경매를 연다. 총 87점, 추정가는 65억원 상당이다. 한평생 산을 탐구한 유영국의 1992년작 ‘산’이 핵심 출품작이다. 풍부한 색면 구성이 돋보이
주류 예술계의 음지에 머물던 ‘오타쿠’ 문화가 현대미술의 핵심 시각 언어로 편입되며 일본 사회와 글로벌 예술계를 관통하는 주류 키워드가 됐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오타쿠 문화를 세계 현대미술의 한 장르인 ‘슈퍼플랫’으로 명명하며 하위문화를 고유한 예술적 가치로 승화시킨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64)가 있다. 무라카미와 함께 이 운동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자 그의 수제자인 작가 미스터(Mr.·57)가 서울에서 10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개최되는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 전시를 통해 미스터는 신작 회화와 조각을 대거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대형 캔버스 회화를 비롯해 캐릭터의 얼굴을 강조한 우드 패널 작업, 그리고 입체적인 조각 작품들이 다양하게 들어섰다. 미스터는 지난 25년간 애니메이션풍 소년·소녀 캐릭터를 꾸준히 창작해 왔다. 15세부터 그림을 시작해 26세까지 정통 미술 교육을 받은 그는 서구 문법을 답습하기보다 일본 고유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고민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애니메이션이야말로 가장 일본적인 시각 언어라고 생각했고, 어린 시절 TV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기억이 작업 세계의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그의 작품 속 소녀들은 커다란 눈망울과 교복, 체육복 차림으로 10대 청소년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만화책 표지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구도로 화면 중앙을 차지하는 것이 특징. 미스터에 따르면 본인의 작업은 ‘모에(萌え)’와 ‘모루(盛る)’라는 두 개념을 토대로 한다. ‘모에’는 귀여운 외형을 통해 애착과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국내 양대 미술품 7월 경매에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 출품된다. 처음으로 국내 경매에 오르는 포토그래픽 드로잉 작품(서울옥션)과 에디션 두 점(케이옥션)이다.서울옥션은 오는 21일 서울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7월 경매를 연다. 총 104점, 64억 7900만원 규모다. 하이라이트 출품작은 지난 6월 작고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2018년작 ‘Focus Moving’. 국내 경매에 처음 나온 이 포토그래픽 드로잉 작품은 시작가 5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높이 2m에 달하는 대형 작업이다. 호크니 특유의 역원근법과 실제 눈으로 보는 듯한 다각도의 시점을 구현하기 위해 육각형 캔버스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김환기가 뉴욕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린 전면점화 종이 작업도 경매에 나왔다. 김환기의 1970년작 ‘무제’는 추정가 1억7000만~3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외에 이강소의 2008년작 ‘Becoming-08064’(추정가 1억2000만~2억5000만원)와 백남준의 1995년작 ‘백남준 Ⅰ’(추정가 9500만~2억원)도 출품됐다.포켓몬 카드 수집가들을 설레게 할 특별전도 열린다.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희귀 한정판 포켓몬 카드를 선보인다. 국내 경매사가 포켓몬 카드 특별전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에는 수집 난도가 높은 '판초 피카츄'와 '마리오 피카츄'를 비롯해 총 48여종의 카드가 공개된다. 전시작 대부분이 카드 감정기관 PSA의 최고 등급인 'PSA 10 젬 민트(Gem Mint)'를 받은 카드다. 이 등급은 공장에서 갓 나온 듯한 완벽한 상태를 말한다. 전 세계에 단 한 장뿐인 '반고흐 피카츄'와 중국 한정 발매 카드인 '뮤(Mew)'도 만날 수 있다. 케이옥션은
특정 분야에 깊이 몰두하는 문화를 뜻하는 ‘오타쿠’는 이제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한때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일본 대중문화를 넘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며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일본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있다. 그는 서브컬처로 소비되던 오타쿠 문화를 현대미술과 결합한 ‘슈퍼플랫(Superflat)’ 운동을 통해 일본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세계 미술계에서도 독자적인 흐름을 구축했다.무라카미와 함께 이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핵심 인물이 서울에서 10년만에 전시를 연다. 무라카미의 제자이자 그가 설립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 카이카이 키키의 초기 멤버인 작가 미스터(Mr.)다. 미스터는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개최되는 전시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를 통해 신작 회화와 조각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한 캔버스 회화를 비롯해 얼굴을 강조한 우드 패널 작업, 조각 작품 등이 전시된다.작품 전반에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할법한 소년 혹은 소녀가 등장한다. 미스터는 25년간 자신이 창작한 캐릭터를 그려왔다.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삼은 것은 정론화된 회화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됐다. 15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26세까지 미술 교육을 받은 그는 서구 미술의 문법을 답습하기보다 일본 고유의 문화를 더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일본에서 태동한 애니메이션이야말로 가장 일본적인 시각 언어라고 생각했고, 어린 시절 TV 애니메니션을 보고 자란 기억이 작업세계의 밑바탕이 됐다&rd
“속이 훤히 보이게 만들었지만 저 반닫이의 용도는 여전히 무언가를 숨기는 것이에요. 남에게 드러내기 힘든 마음속 귀한 생각들을 꼭꼭 숨겨두셨으면 좋겠습니다”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만난 정구호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패션 디자이너를 넘어 미술감독, 무대 연출가, 예술 감독으로 활동해 온 그가 이번에는 조각 작가로 관객 앞에 섰다. 지난 달 26일 개막한 전시 ‘白骨銅 백골동’에서 대표 연작 ‘공생’의 신작 15점을 선보인다.정구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 KUHO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2013년 브랜드를 떠난 뒤에는 무대와 미술, 의상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그가 총연출을 맡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베시 어워드’에서 최우수 안무가·창작가 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키아프 서울 2026'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정구호는 이 같은 수식어를 담담하게 흘려보냈다. 전시 개막일 만난 작가는 "타이틀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며 "그저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굵직한 프로젝트를 잇달아 맡아온 와중에도 정구호는 작업을 놓지 않았다. 2020년 전통 개성반닫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작 '공생'을 처음 선보인 이후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다. 출발점은 드라마 '황진이'의 미술감독으로 참여하던 시절 우연히 마주한 사진 한 장이었다.병풍 대신 새로운 배경을 찾던 그는 구한말 평양의 기생이 개성반닫이 앞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자료를 찾아보며 개성반
소녀들의 어린 시절에는 저마다의 마법소녀가 있다. 요술공주 밍키부터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까지. 시대에 따라 모습은 다르지만, 이들이 전한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바로 꿈과 희망이다. 지금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이사라 작가의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에도 만화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소녀들이 관객을 맞이한다.별을 빼다 박은 듯 반짝이는 눈망울에 환한 미소, 손에는 요술봉을 든 소녀들이 전시장 곳곳에 자리 잡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사라 작가는 "어린 시절 즐기던 옷 입히기 놀이 캐릭터와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 '요술공주 세리' 등에서 받은 인상을 제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내 만든 소녀들"이라고 말했다.작가는 화면을 통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자 한다. 특정한 메시지나 의미를 표현하기보다, 그림을 본 관람객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워낙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라 작업에도 그런 면이 자연스럽게 담긴다"며 "제 그림을 보고 '귀엽다', '예쁘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 역시 하나의 관점이라고 생각해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이번 전시에는 새로 작업한 평면 작업 13점과 입체 작품 16점을 선보인다. 작품 속 해맑게 웃는 소녀들은 작가의 고된 노동을 거쳐 완성된다. 프린트한 듯 매끈한 표면을 위해 작가는 특별한 작업을 거친다. 캔버스에 건축 재료 등을 섞어 바른 후 사포질하는 밑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빛나는 안광은 붓이 아닌 칼을 이용한다. 물감을 수천 번 긁어내 선을 만들고 이를 통해 투명한 눈동자의 반짝임을 표
많은 이들이 2021년 작고한 공성훈 작가를 풍경화가로 기억한다. 2000년대 그는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이나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등 어딘가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풍경화로 미술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그러나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더블 블라인드’에서는 다르다. 실험미술에 몰두했던 1990년대 전반의 ‘청년 공성훈’을 만날 수 있다.1990년대 초 컴퓨터와 영상매체가 보급되면서 국내 미술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테크놀로지와 뉴미디어를 활용한 실험미술이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공성훈은 이 변화의 선두에 있었다. 공성훈은 서울예술고와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서울산업대에 다시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공학 지식은 고스란히 실험미술 작품의 토대가 됐다.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블라인드 작업’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초기 연작이다. 블라인드 커튼에 형광 페인트를 칠하고 전기 모터를 장착한 키네틱 설치 작품으로, 그가 탐구한 기술과 결합한 예술 감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원작은 소실됐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남긴 설계도와 스케치를 바탕으로 다시 제작한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그간 공개되지 않은 작가의 드로잉과 구상 스케치도 전시한다. 작품을 기록한 영상과 작품, 작가의 흔적이 남은 아카이브가 한자리에 모여 그의 창작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작가가 남긴 메모에는 창작을 향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리개 얼마나 커도 되나?” “Lens 크기까지” 등 실제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남긴 메모를 읽다 보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이어진 작가의 치
노트에 잠들어 있던 작가의 아이디어가 전시를 통해 다시 깨어난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더블 블라인드’는 지난 2021년 작고한 공성훈 작가의 초기 실험미술 작업을 조명하는 전시다.많은 이들은 공성훈을 풍경화가로 기억한다. 2000년대 그는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이나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등 어딘가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풍경화로 미술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전반에 선보인 그의 실험미술 작업과 창작 과정을 되짚는다. 작품을 기록한 영상과 구상 스케치, 콜라주 드로잉, 회로도, 설치 매뉴얼 등이 소개된다.1990년대 초 컴퓨터와 영상매체가 보급되면서 국내 미술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테크놀로지와 뉴미디어를 활용한 실험미술이 주류로 부상하기 시작했고 공성훈은 이 변화의 선두에 있었다. 작가는 주로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작업을 선보였다. 센서에 반응한 장치가 모터를 통해 움직이거나, 전자 회로를 바탕으로 제작한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작업은 그의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됐다.공성훈은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서울산업대학교에 다시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공학을 통해 배운 기술과 지식은 고스란히 실험미술 작품의 토대가 됐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블라인드 작업'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초기 연작이다.블라인드 커튼에 형광 페인트를 질하고 전기 모터를 장착한 키네틱 설치 작품으로, 그가 탐구한 기술과 결합한 예술 감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원작은 소실됐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남긴 설계도와 스케치
“나에게도 같은 옷을 만들어줄 수 있나요?”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남성복을 만들기 시작하자 여성들이 그에게 물었다. 보헤미안과 디스코 문화의 인기로 화려한 여성복이 주를 이루던 1970년대 여성들은 색다른 스타일에 목말라 있었다. 그 갈증을 해소해준 디자이너가 바로 미국 뉴욕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다.“클래식은 늙지 않는다.” 랄프 로렌은 이 말을 전 세계에 실현해 보였다. 1967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넥타이 사업을 시작한 그는 60여 년간 자신만의 미학을 이어왔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그는 당대 인기 남성복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 매장에서 일하며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67년 올드 할리우드의 매력을 반영한 남성용 넥타이 브랜드를 론칭하며 랄프 로렌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는 옥스퍼드 셔츠와 블레이저, 치노 팬츠 등 미국 명문대생의 패션과 승마·폴로로 대표되는 영국의 귀족 문화를 남성복에 차용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그는 옷을 하나의 매개체로 바라봤다. 평범한 일상에서 입는 옷이 패션을 넘어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은 랄프 로렌의 헤링본 재킷을 걸치는 순간 영국 시골 저택에서 승마를 즐기는 귀족을 떠올렸고, 숄칼라 슈트를 착용한 후엔 흑백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이처럼 랄프 로렌은 옷 자체보다 그 옷이 품고 있는 서사와 이야기를 강조해왔다. 이 철학은 1972년에 선보인 여성복 컬렉션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랄프 로렌의 아내 리키(Ricky)는 시중의 여성복 대신 그의 셔츠나 재킷을 빌려 입곤 했다. 여기에서 영감을
피와 장기, 살점…. 문자로만 접해도 섬뜩한 신체 일부들이 잔뜩 뒤엉켜 형상을 만들어낸다.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이근민 작가 개인전 ‘장면이 되기 전’에 걸린 작품들의 모습이다. 갤러리의 새하얀 벽 위로 시퍼런 멍과 새빨간 핏빛 회화가 관객들을 맞이한다.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근민은 자신이 경험한 환각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3미터 높이의 대형 회화를 포함한 페인팅 작업과 드로잉 연작 등 23점의 신작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이근민 작가의 작품에는 근육과 내장, 혈흔을 연상케 하는 형상들이 가득하다. 작가는 이 형상들은 규정되지 않은 무언가를 이루었던 일부일 수도, 온전한 모습이 되기 전 출산한 생명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작가가 다루는 대상들은 모두 정신 질환으로 인해 겪게 된 잔상에서 기인한다.어린 시절 이근민은 이유 모를 섭식 장애를 앓았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만 들어도 토할 정도로 음식에 공포를 느끼던 작가는 급기야 파편화된 인체와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체 등이 등장하는 환각을 경험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럴 때면 작가는 스스로 피를 내 안도하곤 했다. 대학교 1학년 무렵 경계성 인격 장애를 진단받으면서 그는 환각을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의사로부터 진단명과 진단 코드를 듣고 난 후 환각에 대한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가 나의 환각을 병증으로 정의내리기 전에 이를 캔버스나 미디어 매체에 옮긴다면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입원 중에도 작업을 어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대된 오늘날, 한국 공예를 향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예술 서적 전문 출판사 파이돈(Phaidon)이 한국 공예와 디자인을 조망하는 비주얼북 ‘Jeong: The Spirit of Korean Craft and Design’을 발간했다. 조선시대 전통 공예품부터 현대 작가 33인의 작품을 아우르며 한국 디자인의 흐름과 미학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출간에 맞춰 서울 곳곳에서는 책에 소개된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전시도 열린다.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과 안국동 아름지기 한옥, 창성동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등 세 개의 전시 공간에서 책에 소개된 공예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면에 수록된 작가들의 대표작은 물론 다양한 작품을 함께 소개해 한국 공예의 과거와 현재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전시는 양태오 작가가 소장한 삼국시대 잔부터 김민재 작가가 한국적 요소를 재치 있게 풀어낸 흔들의자, PVC 소재를 짜서 만든 이광호 작가의 현대적 의자까지 전통 공예의 유산이 현대 디자인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한국 공예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는 한국인의 ‘정(情)’이 제시됐다. 정은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이자, 이번에 선보인 책과 전시의 중심 주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재단법인 아름지기 정소영 큐레이터는 “책의 주요 저자인 이효정 그래픽 디자이너는 정을 한국 공예를 관통하는 중요한 가치로 바라봤다”며 “작가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완성하는 공예품에 쌓이는 감정과 사용자가 공예품을 길들이며 형성하는 관계성을 ‘정’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
미국 출신 현대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늘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1980년대 그는 흑인 남성의 누드와 퀴어 문화를 다룬 작품들로 예술계의 뜨거운 논쟁을 촉발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지난 9일 개막한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은 메이플소프의 도발적인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2021년 국제갤러리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전시 이후 5년 만에 국제갤러리 서울 한옥 공간에 그의 사진 20여 점이 모였다.메이플소프의 관심은 금기시된 영역을 향했다. 유명 인사의 초상과 꽃, 풍경 등도 촬영했지만, 주로 성소수자 문화와 BDSM(가학·피학성 성적 취향), 남성 누드 등 당대 뉴욕의 하위문화를 다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세기 문제적 사진작가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지만 피사체를 다루는 메이플소프의 조형 감각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프랫 대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자신의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대상들을 모두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꽃과 오브제를 찍을 때도 극도로 정제된 형식미와 질서를 고수해 하나의 조각상처럼 촬영했다.이번 전시는 파격적인 작품의 주제보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에 초점을 둔다. 전시장에서 만난 국제갤러리 강명주 디렉터는 “메이플소프는 사진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기록하는 매체라기보다 빛과 그림자, 비례와 균형을 치밀하게 구축하는 조각적 행위로 이해했다”며 “‘사진은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메이플소프의 관점은 작품을 보면 금방 이해된다. 사진 속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남성의 육체는 마치 그리스·로마
미국 출신 현대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늘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1980년대 그는 흑인 남성의 누드와 퀴어 문화를 다룬 작품들로 예술계의 뜨거운 논쟁을 촉발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지난 9일 개막한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은 메이플소프의 도발적인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2021년 국제갤러리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전시 이후 5년 만에 국제갤러리 서울 한옥 공간에 그의 사진 20여 점이 모였다.메이플소프의 관심은 금기시된 영역을 향했다. 유명 인사의 초상과 꽃, 풍경 등도 촬영했지만, 주로 성소수자 문화와 BDSM(가학·피학성 성적 취향), 남성 누드 등 당대 뉴욕의 하위문화를 다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세기 문제적 사진작가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지만 피사체를 다루는 메이플소프의 조형 감각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프랫 대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자신의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대상들을 모두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꽃과 오브제를 촬영할 때도 극도로 정제된 형식미와 질서를 고수해 하나의 조각상처럼 촬영했다.이번 전시는 파격적인 작품의 주제보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에 초점을 둔다. 전시장에서 만난 국제갤러리 강명주 디렉터는 “메이플소프는 사진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기록하는 매체라기보다 빛과 그림자, 비례와 균형을 치밀하게 구축하는 조각적 행위로 이해했다”며 “‘사진은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메이플소프의 관점은 작품을 보면 금방 이해된다. 사진 속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남성의 육체는 마치 그리스·
정물 사진의 역사는 사진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초기 사진술은 긴 노출 시간 탓에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주로 담아야 했기에 정물은 사진가들의 중요한 피사체였다. 기술 발전으로 촬영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정물사진의 존재감은 옅어졌지만, 사물에 깃든 시간과 기억을 탐구하는 장르로 꾸준히 진화해 왔다.한국 현대 사진을 대표하는 사진가 구본창이 정물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를 연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1·K2에서 9일 개막한 ‘진동하는 사물들(Objects in Oscillation)’이다. 구본창 작가를 비롯해 정희승, 조성연, 김수강, 김경태, 박찬우, 구성연, 정정호, 조선희 9명 작가의 시선에 비친 사물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다. 국제갤러리가 국내 사진작가의 기획으로 그룹전을 개최하는 것은 개관 이래 처음이다.구본창 작가는 사진을 순수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사물을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역사와 시간, 기억을 담은 매개체로 보고 이를 섬세하게 담아왔다.구본창은 이번 전시에 참여할 작가들을 직접 선정했으며, 작가별 전시 공간과 구획 배정에도 관여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사진작가로 활동해 왔는데, 아직 정물 사진을 중점으로 한 사진전이 없었던 것 같다”며 “현실과 가깝고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사진이 많은 관심을 얻는 요즘이지만, 일상의 사물과 그 사물의 서사를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 역시 시대 정신, 더 나아가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소개했다.참여 작가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196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오랜 시간 정물 사진 작업을 이어오며 꾸
예술은 익숙한 대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금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사진전 ‘진동하는 사물들’은 일상의 물건들을 더 깊이, 더 오랫동안 들여다보게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사진작가 구본창의 주도 하에 8명의 사진가가 한자리에 모였다.“인공지능(AI)이 이미지를 생성하고 변형하는 시대에 사진의 역할이 새롭게 질문받고 있다” 서울 소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진동하는 사물들(Objects in Oscillation)’은 이 문장에서 출발한다. 사진을 순수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구본창이 전시를 함께할 8명의 사진작가들을 직접 초청해 사진의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자리다. 구본창을 비롯해 정희승, 조성연, 김수강, 김경태, 박찬우, 구성연, 정정호, 조선희의 작업이 국제갤러리 화이트큐브에 걸린다. 사진작가의 기획으로 그룹전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본창은 작가별 전시 공간과 구획 배정까지 관여하며 후배 작가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전시는 다양한 사진 장르 중에서도 ‘정물 사진(Still Life)’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정물 사진의 역사는 사진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초기
이탈리아 주얼리 메종 불가리의 문화 활동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간은 브랜드가 탄생한 이탈리아 로마 및 유럽 지역의 유적들을 보존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난 2024년 불가리 재단(Fondazione Bulgari) 공식 출범 이후로는 활동 스펙트럼과 규모를 전방위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최근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체결한 향후 6년간의 독점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불가리는 자르디니 내 스파치오 에세드라(Spazio Esedra)에 브랜드 최초의 독립 전시 공간을 선보이며 국가관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산마르코 광장의 마르차나 국립도서관(Biblioteca Nazionale Marciana)에서는 공식 병행 전시를 진행하며 전시장 안팎에서 문화 후원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2015년 불가리에 합류한 마테오 모르비디(Matteo Morbidi) 불가리 재단 디렉터에게 베네치아 비엔날레 독점 파트너십의 의미와 불가리 파빌리온의 운영 방향, 향후 문화 프로젝트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불가리의 역사적 유산 관리와 사회문화 공헌 및 후원 활동을 총괄하는 불가리 헤리티지&필란트로피 디렉터도 겸하고 있다.▶불가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최초의 '독점 파트너‘가 됐습니다. 이번 파트너십의 전략적 배경은 무엇이며, 2030년까지 어떤 성과와 영향을 기대하고 있나요?"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 행사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불가리가 베니스를 중요한 무대로 주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비엔날레 측에 협력 의사를 전달했을 때, 즉시 공통의 가치와 비전을 발견했고 매우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어 한 달 안에 마무리되었습니다.불가리의 모든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관점
피와 장기, 살점… 문자로만 접해도 섬뜩한 신체 일부들이 잔뜩 뒤엉켜 형상을 만들어낸다.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이근민 작가 개인전 ‘장면이 되기 전(Before It Becomes a Scene)’에 걸린 작품들의 모습이다. 갤러리의 새하얀 벽 위로 시퍼런 멍과 새빨간 핏빛 회화가 관객들을 맞이한다.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근민은 자신이 경험한 환각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3미터 높이의 대형 회화를 포함한 페인팅 작업과 드로잉 연작 등 23점의 신작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이근민 작가의 작품에는 근육과 내장, 혈흔을 연상케 하는 형상들이 가득하다. 작가는 이 형상들은 규정되지 않은 무언가를 이루었던 일부일 수도, 온전한 모습이 되기 전 출산한 생명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작가가 다루는 대상들은 모두 정신 질환으로 인해 겪게 된 잔상에서 기인한다.어린 시절 이근민은 이유 모를 섭식 장애를 앓았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만 들어도 토할 정도로 음식에 공포를 느끼던 작가는 급기야 파편화된 인체와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체 등이 등장하는 환각을 경험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럴 때면 작가는 스스로 피를 내 안도하곤 했다. 대학교 1학년 무렵 경계성 인격 장애를 진단받으면서 그는 환각을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1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의사로부터 진단명과 진단 코드를 듣고 난 후 환각에 대한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가 나의 환각을 병증으로 정의내리기 전에 이를 캔버스나 미디어 매체에 옮긴다면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가능성을 실현하기
미국의 원로 현대미술가 짐 다인이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올해로 91세를 맞은 그는 60여 년간 회화부터 드로잉, 조각, 판화, 사진, 시를 넘나들며 왕성한 작업을 이어왔다.작가가 이번에 서울에서 선보이는 전시 ‘마이 워즈 & 피노키오(My Words & Pinocchio)’는 그리기와 쓰기에 집중한다.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 8점과 조각, 시를 드로잉한 작품, 전시장 벽에 직접 써 내려간 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짐 다인의 가장 유명한 모티브 하트와 목욕가운 대신 피노키오를 들고 나왔다.짐 다인의 예술세계에서 피노키오와 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섯 살 무렵 영화관에서 본 디즈니 영화 피노키오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피노키오에는 인생과 예술에 대한 은유가 녹아 있다”며 “피노키오의 발이 불에 타고 거짓말을 할 때 코가 늘어나는 등 고난을 겪는 것에서 단지 어린이들의 동화가 아니라 인생의 역경을 담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짐 다인의 피노키오는 지저분한 캔버스를 배경으로 한다. 그림을 그린 후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 위에 기억과 감정을 쌓아 올리기 때문이다. 작가는 “내 작업 세계는 보는 것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기억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훈련을 했다“며 “한 번 그렸으니 또 다시 똑같이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우고 다시 그리며 1년간 10여점 남짓의 작품만을 남긴 적도 있다”고 전했다.시에 대한 관심 역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그는 소설책 한 권조차 읽기 힘들 정도로 난독증을 앓았다. 대안으로 시를 읽으며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시로 표현했다. 그는 50
앞발을 치켜든 말 엠블럼에 새빨간 차체, 폭발적 엔진음.... 속도와 열망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페라리가 그간 공개되지 않은 사진과 드로잉, 스케치를 아트 북에 담았다.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페라리의 역사적 순간들이 공개된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페라리가 70여 년간 간직해온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독일의 아트 북 전문 출판사 타셴(TASCHEN)과 페라리가 협업해 선보인 <Ferrari>다. 페라리 공식 아카이브와 개인 컬렉터들로부터 확보한 미공개 사진과 스케치, 원본 문서 등을 통해 브랜드의 승리와 유산, 그리고 이를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페라리의 역사는 곧 레이싱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페라리의 F1 레이싱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는 1950년 F1 챔피언십 출범 이후 단 한 시즌도 빠짐없이 참가한 유일한 팀이다. 창립자 엔초 페라리는 “레이스를 하기 위해 차를 만든다”고 말했을 만큼 F1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책은 페라리의 비전에서 출발해 초기 레이싱 시대, 전설적인 F1 머신, 클래식 로드 카, 그리고 현대 슈퍼카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진화를 연대기적으로 펼쳐 보인다.페라리 최초의 F1 월드 챔피언 알베르토 아스카리(Alberto Ascari)부터 F1 역사 초기 최강자이자 5회 월드 챔피언 후안 마누엘 팡히오(Juan Manuel Fangio), 페라리 5연속 월드 챔피언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까지 전설적 페라리 드라이버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승리의 뒷면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한데 모았다. 특히 1947년 이후 페라리가 거둔 모든 승리를 정리한 부록은 브랜드의 레이싱 유산을 집대성한다.스포츠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피노 알리에비(Pino Allievi)가 편집을 맡아
미국의 원로 현대미술가 짐 다인이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올해로 91살을 맞은 그는 60여 년간 회화부터 드로잉, 조각, 판화, 사진, 시를 넘나들며 왕성한 작업을 이어왔다.작가가 이번에 서울에서 선보이는 전시 ‘My Words & Pinocchio’는 ‘그리기’와 ‘쓰기’에 집중한다.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 8점과 조각, 시를 드로잉한 작품, 전시장 벽에 직접 써 내려간 시 등을 만날 수 있다.짐 다인의 예술세계에 있어 피노키오와 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섯 살 무렵 영화관에서 본 디즈니 영화 피노키오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피노키오에는 인생과 예술에 대한 은유가 녹아 있다“며 ”피노키오의 발이 불에 타고 거짓말을 할 때 코가 늘어나는 등 고난을 겪는 것에서 단지 어린이들의 동화가 아니라 인생의 역경을 담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이어 그는 ”피노키오를 통해 예술은 기적과 같다는 것을 느꼈다“며 ”제페토가 나무 조각으로 피노키오라는 소년을 탄생시킨 것은 우리가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연필을 들어 글을 쓰는 것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짐 다인의 피노키오는 지저분한 캔버스를 배경으로 한다. 그림을 그린 후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 위에 기억과 감정을 쌓아 올리기 때문이다. 작가는 ”내 작업 세계는 보는 것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기억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훈련을 했다“며 ”한 번 그렸으니 또 다시 똑같이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우고 다시 그리며 1년간 10여점 남짓의 작품만을 남긴 적도 있다"고 전했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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