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소프의 관심은 금기시된 영역을 향했다. 유명 인사의 초상과 꽃, 풍경 등도 촬영했지만, 주로 성소수자 문화와 BDSM(가학·피학성 성적 취향), 남성 누드 등 당대 뉴욕의 하위문화를 다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세기 문제적 사진작가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지만 피사체를 다루는 메이플소프의 조형 감각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프랫 대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자신의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대상들을 모두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꽃과 오브제를 촬영할 때도 극도로 정제된 형식미와 질서를 고수해 하나의 조각상처럼 촬영했다.
지난 9일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 개막한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 설치 전경.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는 파격적인 작품의 주제보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에 초점을 둔다. 전시장에서 만난 국제갤러리 강명주 디렉터는 “메이플소프는 사진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기록하는 매체라기보다 빛과 그림자, 비례와 균형을 치밀하게 구축하는 조각적 행위로 이해했다”며 “‘사진은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메이플소프의 관점은 작품을 보면 금방 이해된다. 사진 속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남성의 육체는 마치 그리스·로마 신을 형상화한 조각상을 연상시킨다. 정교한 비례와 균형, 절제된 구도를 통해 외설적으로 비칠 수 있는 주제마저 고전적 아름다움으로 풀어낸 것이 메이플소프 사진의 특징이다.